결혼 초반, 새댁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시댁 아버님의 생신 때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로는 아가씨 생일도 챙기고, 아버님의 여자친구 생일까지 놓치지 않고 챙겨드리는 마음으로 지냈다. 단순히 의무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족이 되었으니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관계 맺음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생일, 기념일은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신호를 전하는 기본적인 언어다. 새댁은 그 언어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생일이 올 때는 어떻게 됐을까. 시댁의 반응은 적막 그 자체였다. 축하 인사 한 통, 안부 연락 한 번 없었다. 선물이나 금전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이 된 사람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정'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최소한이 없었을 때의 공허함은 생각보다 깊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패턴이 새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은 어떨까. 시댁 아버님은 평소 남편에게 "생일인데 용돈을 줘라", "여행을 간다고 했으니 돈을 달라", "동생 생일이니 선물을 사줘라"며 받으려 하기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댁 아버님 입장에선 자신의 필요와 욕구가 마치 남편의 책임인 것처럼 당연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막상 남편의 생일날이 되면 어땠을까. 축하 인사 한 마디 없다. 선물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생일이라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않은 듯 연락이 없다. 이 비대칭은 단순한 깜빡함이 아니라, 관계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 태도의 정점은 어버이날에 드러났다. 그해 어버이날은 부부 모두 일이 바빴고, 시댁까지의 거리가 멀어 따로 챙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 역시 원래 명절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댁 아버님은 어버이날을 챙기지 않았다며 부부에게, 특히 새댁에게 분명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신은 남편의 생일도 축하하지 않고, 선물도 없고, 연락도 없으면서, 정작 당신이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했다며 삐친 것으로 보인다. 받을 때는 예민하지만, 줄 때는 관대한 모습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불균형을 마주한 새댁의 서운함은 과연 '속이 좁은' 것일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것은 관계의 구조적 비대칭에서 나오는 정상적인 신호로 보인다. 혼인관계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베풀고, 한쪽이 당연하게 받기만 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처음엔 서운함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서운함은 의무감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의무감이 깊어질수록 관계 자체에 대한 회의가 생기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기계적인 관계로 전락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많은 새댁들이 결혼 초반에 겪는 시댁 관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기대치와 현실의 낙차는 크고, 상호성은 점점 희미해지며, 소진은 빠르게 온다. 그래서 새댁이 내린 "이제는 안 챙겨주겠다"는 결심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결심을 분노의 표출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소진된 사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린 합리적인 경계 설정으로 보인다.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보다는, 상호성이 없는 관계에 선을 긋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자,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결정이라는 의미다.
📌 원문 발췌
받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베푸는 건 전혀 없는 모습에 솔직히 많이 서운하더라고요. 본인은 상대방 생일이나 기념일은 전혀 챙기지 않으면서, 본인이 받아야 할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더 바라시는 모습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