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누군가를 두고 '부지런하다' 혹은 '게으르다'고 판단하는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그 기준이 사실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같은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는 '정말 부지런하네'라는 평을 받다가, 다른 상황에서는 '이 사람 좀 게으른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엇갈린 평가의 뒤에는 '부지런함'이라는 개념 자체가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한쪽 극단에 있는 유형을 들어보자. 주어진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인 것으로 보인다. 일처리의 속도와 정확성이 눈에 띄는 유형인 것으로 보인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과제가 주어지면 강렬한 집중력을 발휘해 임팩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단기 프로젝트나 마감이 촉박한 일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능력이 빛난다.
다만 이 유형에게는 뚜렷한 약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일 반복되어야 하는 루틴, 꾸준함이 요구되는 작업에 대해서는 동기를 유지하기 어려워하곤 한다. 일의 중요도가 낮다고 느껴지거나, 반복적이라고 판단되는 순간부터 주의력이 흐트러진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자꾸만 내일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같은 사람이 어떤 날은 '이 정도면 정말 일을 잘하네'라는 평가를 받고, 다른 날에는 '반복되는 일은 왜 자꾸 빠뜨리나'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편에는 또 다른 유형이 있다. 정해진 틀 안에서 매일매일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보인다. 루틴을 지키는 일에서의 성실성과 안정성은 흔들림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해진 업무를 매일 똑같이 챙기고, 주어진 범위 내에서는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조직 입장에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유형도 어려움을 맞닥뜨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해진 범위를 조금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현재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루틴을 넘어서는 도전에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하면, 현재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패턴을 보인다. '내가 맡은 몫은 충실히 했으니 됐다'는 마음이 앞선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두 유형의 흥미로운 공통점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부지런한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가 빠르고 급박한 프로젝트가 많은 조직에서는, 첫 번째 유형이 '이 사람이 진짜 부지런하네'라는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정한 루틴과 안정성이 중심이 되는 환경이나 역할에서는, 두 번째 유형이 '정말 믿을 수 있는 부지런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패턴이 있다.
심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실성(conscientiousness)'이라는 개념과 혼동되기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성실성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진지함을 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 정밀하게 살펴보면, 실행의 속도와 결정력에 대한 역량과 반복 작업을 견뎌내는 지속력은 사실상 별개의 능력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쪽이 발달했다고 해서 다른 쪽이 자동으로 함께 발달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보인다.
결국 '부지런하다'는 평가는 상황과 맥락에 크게 좌우되는 상대적 개념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떤 산업 분야에 있는가, 어떤 직무를 맡고 있는가, 조직의 특성이 어떤가에 따라 '부지런함'의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부지런하다' '게으르다'는 판단을 내리기보다, 먼저 자신이 어느 축에 더 기울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성미는 급한데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을 못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부지런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게으르다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은 묵묵히 잘 하지만 규칙 이상의 일을 하는 것이 버거워서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