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회사에서 근무한 지 꽤 되었는데, 임원급 중 한 분이 계신다. 평소에는 정말 친근하고 편한 분이라 솔직히 그분의 진면목을 잘 모르고 지냈다. 일상 대화에서는 그냥 좋은 사람, 편한 선배라는 느낌만 받았을 뿐이었다. 점심 먹을 때 농담도 많이 하시고, 복도에서 만나도 편하게 인사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타사에서 온 참석자들과 함께 중요한 회의를 진행할 일이 생겼다. 그 자리에서야 그분의 진정한 역량을 목격하게 되었다. 회의실 테이블에 앉아 발언하는 모습이 평소와는 정말 달랐다.
사용하는 어휘 자체가 정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고급 단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정확하게 맞는 표현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마치 어휘 사전이 아닌 머릿속 맥락 판단 엔진에서 단어를 꺼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발언할 때마다 논리적이었고, 말 한마디마다 신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할 때도, 일단 상대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먼저 보였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단순한 성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책임이 큰 자리라는 걸 잘 아는 사람의 전문성으로 보였다.
그 임원분이 명문대를 나오셨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 회의를 통해 학벌이 왜 중요한지를 정말 다르게 이해하게 됐다. 보통 학벌에 관한 논의를 들을 때면 취업이나 연봉 같은 물질적 이점에만 초점을 맞추곤 한다. 채용 담당자들의 필터링, 첫 직장의 문턱, 그리고 그에 따른 경력 가치.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고밀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순간 — 위기 대응이나 타사 협상, 또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 — 이런 자리에서 명문대 출신의 차이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어휘 선택이 정밀하고, 발언 타이밍을 조절하며, 논리의 빈틈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오랜 시간에 걸친 깊이 있는 독서와 토론, 에세이 작성, 그리고 지적인 대화의 축적이 만들어낸 산물로 보인다. 이런 능력은 단기간의 회화 학습이나 스펙 관리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인 것으로 보인다. 몇 년 강의를 들어도, 자격증을 따도, 그 임원님의 발언 수준에 닿기는 어렵다고 느껴진다.
특히 우리처럼 다국적 환경의 회사에서는 언어가 곧 신뢰도와 역량의 척도가 된다. 같은 영어를 쓰는데도 그 임원님의 표현과 우리의 일상 회화는 완전히 다른 층위에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그 차이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다시금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학벌이 중요한 이유가 꼭 지식의 양이나 가산 점수가 아니라, 압박이 높은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정밀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며, 논리의 틈새를 메우는 능력이라는 점을 말인 것으로 보인다. 책상 앞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현장의 실전에서 드러나는 능력인 것으로 보인다. 그 회의가 없었다면 여전히 학벌의 가치를 표면적 이점으로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원문 발췌
다른 회사에서 온 참석자들과의 회의에서 임원님의 카리스마와 고급 어휘, 논리적인 발언이 두드러졌다. 명문대를 나오신 걸 알고는 있었는데, 왜 공부를 잘해야 되는지도 좀 알게 된 거 같습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