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층 아파트 개발이 논쟁의 중심에 있다. 고밀도 개발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자는 주장이 나오면, 즉시 "구룡성채"라는 비유가 따라온다. 마치 용적률을 높이면 무조건 불량주거가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이 비유가 얼마나 부정확한지 드러난다.
용적률 923%, 그것만으로는 주거환경을 결정할 수 없다
국내 초고층 주거 단지의 용적률은 923%에 달한다. 이 수치만 들으면 극도로 밀도 높은 개발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건물은 현재 우리 주변에 지어지고 있으며, 상당수 도시주민이 선호하는 주거지다. 같은 부지에 더 많은 가구를 배치하되, 각 세대의 설계와 공용 시설이 적절히 계획된 사례인 것이다. 수치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룡성채는 왜 문제였나 — 비유의 오류
"구룡성채"라는 비유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밀도를 불량주거와 동일시한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보면 문제의 본질은 다르다. 홍콩의 구룡성채는 20세기 무허가·불법 증축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엉켜 있던 곳이었다. 핵심은 용적률의 높고 낮음이 아니었다. 위생·안전·법적 규제가 거의 없었고, 창문 없는 방과 제대로 된 화장실도 희귀했다는 게 문제의 근본이었다. 반면 현대의 초고층 아파트는 건축법·안전 기준·환경 규제를 모두 충족하며 지어진다. 용적률이 높아도 법적 틀 안에서 관리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불량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평수 배치가 주거환경을 결정한다
초고층 아파트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평수 배치"다. 같은 용적률이라도, 전용면적 59~84제곱미터 규모의 세대를 많이 배치하면, 다른 개발 방식과 완전히 달라진다. 동일한 용적률이라도 100제곱미터 이상 대형 세대만 배치하면 가구 수는 훨씬 적어진다. 결국 고밀도 개발의 핵심은 용적률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 몇 호의 아파트를 배치할 것이고, 각 호당 얼마의 전용면적을 보장할 것인가에 있다는 점이다. 같은 용적률이라도 세대 규모와 배치 방식에 따라 주거환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용적률 완화 논의가 계속되는 이유는 도시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용적률을 높이면 구룡성채 같은 불량주거가 된다"는 식의 우려만으로는 정책이 진전할 수 없다. 진짜 쟁점은 다른 곳에 있다. 전용면적 기준이 명확한가, 공용 인프라 투자는 충분한가, 관리 체계는 제대로 갖춰지는가 하는 것이다. 용적률 상한을 완화하되, 최소 전용면적·공용시설·관리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세우는 게 현대식 고밀도 주거의 정답이다. 구룡성채 같은 불량주거를 피하는 방법은 용적률을 낮추는 게 아니라, 법과 기준을 강화하고 감시 체계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 원문 발췌
*** 용적률이 923%입니다. ***급 건물인데 평수가 전용 59~84세대를 많이 배치하는 게 차이일 뿐입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