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가 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질문이 뜨거운 감으로 남아있다. 그날 국회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군인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현장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명령 이행과 거부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부 부대는 명확하게 진입 지시를 거부했고, 상당수는 투입되더라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임무만 수행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해진 명령이 있었지만, 현장 지휘관과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판단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법적 근거의 공백

이 현상의 근저에는 한국 군 체계의 깊은 구조적 모순이 있다. 군인들에게는 '명령복종'이 절대적 의무다. 군형법은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행위를 엄격히 처벌한다. 그런데 정작 그 법 어디에도 '위법하거나 헌법을 위반하는 명령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

국제법상 많은 국가들은 명확히 '위법한 명령은 따를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군형법에서는 이 원칙이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12월의 현장 군인들은 순전히 개인의 판단에만 의존해야 했다. 상관의 명령이 위법인지, 따라야 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례의 심리적 파급

12.3 사태가 완전히 끝난 후에도, 그날의 일은 군 내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 부대의 거부 행동, 소극적 이행 패턴이 현역 군인들 사이에 순환하고 재해석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장병들 사이에서는 '그런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선례로 공유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군 조직에서 선례는 공식적 문서보다 강력한 힘을 갖는다. 한 번 거부의 사례가 나타나면, 그다음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부대도 동일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12.3은 단순히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는 그럴 때 거부할 수 있다'는 미래의 행동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 공백의 실제 위험

여기서 핵심 변수는 사후 처리다. 계엄을 선포한 지휘자들이 정당하게 처벌받고, 그 책임이 명확히 규명되며,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가 정비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러나 만약 이런 제도적 조치가 미흡하거나 형식적에 그친다면?

다음 정권 교체기에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로운 정권의 지도자가 '이전과 같은 시도'를 할 때, 그때의 군인들은 이미 12.3의 선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거부할 법적 근거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거부했던 선배들의 경험이 있다. 이것은 위기 상황에서 국회, 언론, 민간인을 보호하는 마지막 방어선이 될 수도 있고, 또는 혼란과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입법과 제도 정비의 시급함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위법한 명령에 대한 개인의 거부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군형법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명령 체계의 투명성과 감시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헌법을 위반하는 행동을 주도한 지휘자의 책임 추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실현되지 않으면, 12.3 계엄 사태는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미래의 위기를 예고하는 신호가 될 것이다. 군인들이 선례에 의존하여 행동하고, 법은 그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원문 발췌

12.3 계엄 사태가 군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중에 살펴봐야 할 부분이고, 다음 국힘 대통령이 당선됐을때 바짝 긴장해야될지도 모릅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