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미터법을 공식 도량형으로 사용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은근히 옛날 도량형을 자주 사용합니다. 집의 평수를 따지고, 고기를 한 근 단위로 사고, 금을 한 돈으로 계산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전통 도량형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되'입니다.
"그거 전통시장에서 잡곡 팔 때나 쓰는 거 아닌가? 뭐가 흔한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한 되를 기준으로 한 상품을 매우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바로 1.8리터 페트병입니다. 한 되를 리터로 환산하면 정확히 1.8리터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1.5리터나 2리터도 아닌, 중간값인 1.75리터도 아닌 애매한 1.8리터 페트병이 자주 사용될까요? 그 이유는 조미료와 술병에 있습니다. 1.8리터와 3.6리터 용량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가 바로 간장, 참기름, 청주 같은 조미료와 알코올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간장 한 되, 청주 한 되 식으로 오래전부터 써오던 전통적인 용량을 그대로 리터로 바꿔서 사용하니 1.8리터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동양과 서양의 차이입니다. 서양권에서는 숫자가 깔끔한 1.5리터나 2리터 상품이 대부분이지만, 1.8리터 같은 애매한 용량은 대부분 일본, 한국 등 동양권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입니다.
흥미롭게도, 되보다 작은 단위인 '홉(合, 180ml, 되의 10분의 1)'도 현대에도 자주 사용됩니다. 가장 많이 보는 예가 밥을 지을 때 사용하는 쌀컵인데, 한 개의 쌀컵이 정확히 한 홉에 해당합니다.
한 홉을 술 한 잔 정도의 양으로 여기던 문화가 있어서, 현대의 주류 제품도 180의 배수를 많이 사용합니다. 소주 한 병이 360ml인 이유는 정확히 소주 두 홉이 360ml이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사케 한 병은 보통 360ml 또는 720ml 용량으로 판매되는데, 이것도 같은 논리로 설명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는 1000년 이상 된 전통 도량형이 아직도 우리 일상의 곳곳에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원본 출처: 더쿠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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