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중국 쓰촨성의 한 관광지가 발칵 뒤집혔다. 매년 설경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지역이지만 이상 고온으로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상식적인 대처라면 축제를 취소하거나 다른 콘텐츠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 당국과 주민들은 마을 전체를 의료용 솜으로 덮어 가짜 스노빌리지를 만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관광객들의 외면과 대량 환불 사태로 끝났다.

한때 중국 특파원을 지낸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중국인의 무서운 점은 돈이 된다면 뭐든 가져다 쓴다는 거야. 그리고 그게 거기선 너무나 당연하다는 거지." 어쩌면 이것은 단순한 경제 철학이 아니라 문화적 본능일 수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사고방식.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것을 베껴 변형하고 재조립해 왔다.

한때 세계는 이를 비웃었다. 값이 싸서 샀더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 태그는 숨기고 싶던 시절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소비자 태도가 그렇다.

최근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연 중국 밀크티 브랜드 매장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풍경은 꽤 상징적이다. 명품 브랜드를 연상케 하는 패턴, 유명 커피 브랜드를 닮은 로고, 럭셔리 느낌의 서체까지. 글로벌 브랜드의 상징을 교묘하게 가져와 짜맞춘 느낌이다. 예전 같았으면 '조악한 짝퉁'으로 받아들였을 조합에 MZ세대는 흥미로운 시선을 보낸다. 한 아이돌 멤버가 "맛있다"고 SNS에 올린 뒤엔 구매 인증샷까지 줄을 이었다.

지난해 중국 캐릭터 열풍도 그랬다. 한정판 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순례하고, 중고거래 앱에선 웃돈까지 붙었다. 더 이상 중국 상품의 소비를 숨기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까지 든다.

변화의 기저에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있다. 알고리즘 속에서 자란 세대는 국적보다 재미를 먼저 본다. 직관적으로 흥미로우면 소비하고, 사진이 잘 나오면 공유한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선 윤리적 거부감이나 문화적 거리감이 들어설 자리는 많지 않다. 젊은 층 사이에서 쓰는 '중티'(중국 티)라는 유행어에도 딱히 비하의 뉘앙스는 찾기 힘들다. 카피 문화는 숏폼 시대에는 오히려 흡수력과 빠른 감각으로 작동한다. 원산지보다 속도가 중요해진 시대다.

비자 정책 완화로 대중화된 중국 여행도 이런 흐름을 부추긴다. MZ에게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관광지가 아니다. 현지에서 인플루언서처럼 사진을 찍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날것의 재미를 주는 중국 배경의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최근 중국 드라마가 국내 스트리밍 인기 순위에 오른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런 유행이 곧바로 중국 문화의 전면적 부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중국 콘텐츠에 거부감을 보인다. 그러나 10년 전을 생각해 보자. 서울에서 중국 전기차를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될 줄 우리는 예상했을까. K팝의 영향력으로 세계 중심에 선 한류 역시 과거엔 변방 문화에 불과했다. 어느 순간 글로벌 팬들이 한국어를 따라 부르고 한국식 화장을 배우기 시작했다. 문화는 대개 그런 식으로 스며든다.

우리도 이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10년 뒤 경쟁의 무대가 여전히 첨단 산업에만 머물러 있을까. 어느새 중국은 취향과 감각의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뭐가 됐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나라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재미만 있으면 출처를 묻지 않는 알고리즘의 시대다. 어쩌면 문화 전쟁은 이미 스크린 속 추천 영상 하나에서 조용히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 원문 발췌

지난해 겨울,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매년 설경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지역이지만 이상 고온으로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상식적인 대처 방법은 축제를 취소하거나 다른 콘텐츠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 관광 당국과 주민은 마을 전체를 의료용 솜으로 덮어 가짜 스노빌리지를 만들었다. 현장을 찾은 관광객은 이를 받아들였을까. 당연히 아니다. 황당한 ‘짝퉁 설경’ 해프닝은 결국 티켓 대량 환불 사태로 막을 내렸다. 문득 중국 특파원을 지낸 선배가 한 말이 떠올랐다. “중국인의 무서운 점은 돈이 된다면 뭐든 가져다 쓴다는 거야. 그리고 그게 거기선 너무나 당연하다는 거지.” 어쩌면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단순히 경제 정책 방향이 아니라 중화권 국가의 문화적 본능일 수 있다.

원본 출처: 더쿠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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