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면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제철 음식이 있다. 정말 마치 김장 시즌처럼 분위기가 남다르다. 요즘 엔초비가 트렌드인데, 사실 그냥 멸치에 올리브오일과 함께 숙성한 식재료일 뿐이다. 우리는 이것을 1년 동안 먹을 멸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곤 한다. 정말 김장과 같은 규모와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보통 1년이 채 안 되어 다 소진되곤 한다. 올해는 멸치 손질하면서 현타가 왔다. 얼른 로봇이 생겨서 자신 대신 멸치 손질이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물론 사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선한 멸치와 자신이 좋아하는 올리브오일, 재사용하는 용기, 염도 숙성 프로세스 등은 직접 자신의 스타일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손질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멸치 손질을 마친 후에는 정말 지쳐버렸다. 계획했던 연극 관람은 일요일로 미루고, 남은 멸치로 쌈밥을 만들어 먹었다. 한편, 백조기라는 생선도 준비했다. 백조기 큰 녀석을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큰 녀석을 구했다. 마리당 500그람이나 되는 큰 녀석이다. 백조기는 손질해서 냉동 보관하기로 했고, 집에 있는 고양이 2마리에게도 조공을 조금 했다.

집에 있는 고양이는 2마리인데, 길에서 구조된 녀석은 이런 음식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16년째 자신과 함께 살아온 고양이는 언제나 잘 먹는다. 이후 사전투표를 마치고 동네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피곤했다.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 날은 정말 묘한 심신의 피로감을 느낀다.


📌 원문 발췌

매년 5월이면 한 번은 먹는 음식이고 마치 김장시즌 같은 ㄷㄷㄷ 엔초비가 그냥 멸치에 불과한데, 우리에겐 오일과 함게 숙성한 식재료로 사용하곤 하죠. 1년 동안 먹을 멸치를 준비하기에 김장같아요. 그런데 보통 1년이 채 안되어 소진되곤 합니다. 올해는 멸치 손질하면서 현타가 큭. 얼른 로봇이 생겨서 나 대신 멸치 손질이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볼 정도로 ㄷㄷㄷ 사서 먹으면 되지?싶지만 신선한 멸치와 좋아하는 올리브오일, 재사용하는 용기, 염도 숙성 프로세스 등은 내 스타일로 하고 싶기 때문이죠. 암튼 멸치 손질하고 지쳐서 연극 관람은 일요일로 미루고 남은 멸치로 쌈밥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백조기 큰 녀석을 언젠가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먹어봐야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큰 녀석을 구했어요.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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