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소방 현장에서 일해온 A씨는 2023년 한 가지 진단을 받았다. 희귀암이었다. 소화기 계통 암 중에서도 0.1~0.2%에도 못 미치는 극히 드문 종류였다. 그해 말 퇴직을 결정했고, 다음해 초 공무상 요양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업 환경에서 비롯된 질병이라는 주장이었다.

답변은 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절. 이유는 "해당 질환과 업무 간의 연관성이 밝혀진 바 없다"였다. 그렇게 법정 싸움이 시작되었다.

법원이 판결을 내렸다.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이 확인한 것은 여러 항목이었다. 먼저, A씨가 근무했던 소방서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기피부서로 알려진 곳이었다. 워낙 힘든 곳이라는 평판이 있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 A씨는 운전원이었지만 형식상의 역할만 한 게 아니었다. 현장에 도착한 후 초기진화와 화재진압 업무에 직접 투입되었다. 소방복 입고 화염과 연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해왔다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21년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있었다. 일부 수치가 상승했고, 직업병 요관찰자로 분류되었다는 기록인 것으로 보인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직업 환경으로 인한 건강 변화의 신호가 포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해 심사 부서도 한 가지는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역설이 생긴다. 노출은 있었는데,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한다. 둘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나.

거절 근거는 이것이었다. 해당 암이 워낙 희귀해서 연구와 역학관계 조사가 드물다. 그러니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 논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요한 판단이었다.

희귀암이라서 연구가 드문 것과, 그 질병이 업무와 무관하다는 것은 별개라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 부재가 곧 인과관계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무상 재해 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읽힌다. 공무상 재해 판정은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희귀질환이라면 어떨까. 역학 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가 없으면 입증할 자료도 나올 수 없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원천적으로 증명 불가능한 상황에 빠진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더 심해진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가 부족한 질병일수록, 그것이 직업 환경과 연결되기 어려운 질병일수록, 입증의 책임은 계속 피해자 쪽에 쏠린다. 무언의 메시지가 생기는 것 같다. "널리 알려진 질병이어야만 산재다." "충분한 역학연구가 있어야만 인정한다." 이런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희귀질환에 걸린 직업인들은 영원히 입증 불가능한 위치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런 구조를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발암물질 노출이 있었다. 수년 전부터 직업병 의심 기록도 있었다. 근무 환경도 악조건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인정된 이상, "연구가 없으니 관계도 없다"는 논리는 논리적 비약이라는 판단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희귀질환에 걸린 직업인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는 의미 있는 판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의학적 인과관계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업 환경과의 연결고리까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메시지가 이 판결을 통해 전해지고 있으니까.


📌 원문 발췌

해당 암이 워낙 희귀암이라 연구와 역학관계 조사가 드물기 때문이지 업무와의 연관성은 배재할 수 없다며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