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글자 단어 하나가 자꾸 눈에 띈다. '엄중'이라는 발성이 정치판에서 요즘 자주 들려온다. 어김없이 따라붙는 '숙의'까지.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는 이 두 단어를 두 정치인의 발언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발견했다고 적었다. 정말 쌍둥이처럼 같은 워딩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글쓴이의 관찰을 따라가 보면, 단순한 표현 취향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정치 활동 자체의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언어적 신호로 읽혀진다.
당원이 빠진 자리, 중진이 채운 정치
정치인들이 고급 어휘를 반복적으로 쓸 때, 그 말 뒤엔 대개 입장 보류의 기능이 숨어 있다. '엄중하게 수용하겠다' '숙의하겠다' 같은 표현은 구체적 결정을 미룬다.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실질적인 약속보다는 시간 확보의 기제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더 주목할 점은, 이런 말 뒤에 누가 서 있는가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당내 중진끼리만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당원이나 광범위한 유권자가 아니라, 정당 내 상층부만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라는 관찰인 것으로 보인다.
중진 중심의 폐쇄적 협의가 주된 정치 행위가 되면, 대외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추상적이고 방어적인 톤을 띠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당원에게 구체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까. 중진들 사이의 암묵적 합의가 우선이 되고, 공개 발언은 점점 형식적이 된다.
발언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글쓴이가 남긴 문장이 중요하게 읽힌다.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고, 당내 정치도 당원이 하는 것 아닐까'라는 표현. 이건 워딩 비판을 넘어 당 정치 구조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되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당원들이 정치 결정에서 빠져 있다는 느낌. 중진 몇몇이 당의 방향을 정하고, 그 결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뒤 당원은 공식 입장만 전달받는 구조에 대한 지적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의 언어는 더욱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원들과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구체성이 필요한데, 이미 중진끼리의 합의가 우선되면 공개 발언은 점점 추상적 수사로만 채워진다는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단어 반복의 속사정
여러 정치인이 유사한 어휘를 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당 내부 스탠스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특정 표현이 '안전한 워딩'으로 공식화되기 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이 '숙의'라는 표현을 썼을 때 반응이 좋거나 실질적 비판을 피할 수 있으면, 다른 정치인도 자연스럽게 같은 표현을 모방한다. 정확히 기업의 공식 발성과 유사한 메커니즘인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이 검증된 표현일수록 조직 내에서 반복 사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당 전체 발언이 비슷한 톤으로 수렴되고, 개별 정치인의 목소리는 희미해진다. 각자가 가진 생각이나 입장을 당원과 유권자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조직의 '안전한 방어 언어'만 반복되는 형국이라는 해석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지적을 정리하면, 정치 소통이 정치인과 국민 사이의 대화 구조에서 중진과 중진 사이의 조율 구조로 점점 변해 가고 있으며, 그 변화가 언어에 가장 먼저 드러난다는 점으로 보인다. 추상적이고 반복적인 워딩은 정치적 소통의 구조 변화를 말해주는 신호로도 읽힐 수 있다는 관찰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당내 정치도 정치인이 하는게 아니라 당원이 하는것 아닐런지 합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