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 차 신혼부부다. 친정까지는 차로 약 20분 정도라, 한 달에 2~3회 정도 방문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최근 어머니가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회복 기간 동안 반찬을 챙기거나 집안일을 거들기 위해 자주 가는 것이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딸이 엄마가 아플 때 옆에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남편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했다.

처음엔 표정으로만 드러냈다. 친정 방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눈썹이 찌푸려지고, 입술을 깨물었다. 응답 없는 침묵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말 없는 불만은 이제 목소리를 얻었다. '또 가?',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잖아'라는 지적이 반복된다. 더 직접적인 지탄은 지난달에 터졌다. 어머니 병원비의 일부를 보조한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본인의 월급에서 어머니를 돕는 것인데, 남편은 '그건 우리 돈 아니냐'고 했다. 부부재산이라는 질문 앞에, 설명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더 답답해지는 부분이 있다. 시댁에 대한 남편의 태도를 보면 명확하다. 시어머니 생신이나 명절이 다가오면 본인이 먼저 챙긴다. 선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특별한 요리를 해간다. 남편은 이를 당연하게 기대한다. 그런데 친정 부모에게 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건 '유난'이라고 본다. 같은 가족을 챙기는 행위인데 기준이 확실히 다르다. 이런 이중잣대가 결혼 초기에 바로잡히지 않으면, 나중에 일종의 '당연함'으로 굳어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 점이 더 염려스럽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면서 결국 숨기기로 넘어갔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되, 남편의 눈치를 피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다. 어머니에게는 본인의 현재 상황을 말할 수 없다. 남편 때문에 친정 방문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머니가 얼마나 미안해하고 자책할까.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평일에 반차를 신청해서 가는데, 남편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물론 남편과 제대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이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왜 이중잣대가 상처인지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싸움으로 번질 게 뻔하다. 기분 나빠할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목소리가 커질 것만 같은 불안감도 생긴다. 그렇게 한두 번 싸우다 보면 더 멀어질 것만 같다. 결국 대화를 미룬다. 또 미룬다.

미루는 동안 상황은 더 꼬인다. 친정 방문은 점점 죄책감을 동반한 '몰래 다니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머니를 돕는 행위였는데, 이제는 남편이라는 장애물을 피해서 다녀야 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더군다나 계속 숨기고 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들킬 것이고, 그때는 지금보다 더 큰 갈등이 될 거라는 두려움도 함께한다.

이 글을 올린 것 자체가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 더 이상 이렇게 숨기면서 다닐 수는 없다는 마음이 생겨났다는 뜻이다. 시댁 중심적인 기준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으면, 부부 관계 속의 암묵적 권력 구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부모, 본인의 월급, 본인의 시간까지 모두 남편의 판단과 눈치의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이 점차 정상화된다. 글쓴이도 느낄 것이고, 읽는 이들도 함께 감지할 것이다. 지금이 그냥 숨기고 미루기만 할 때는 아니라는 신호다.


📌 원문 발췌

또가? 이번달만 세번째야. 지난번엔 엄마 병원비 50 보내드린거 보고 그건 우리돈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제 월급에서 보낸건데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