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오셨던 주말, 분리수거함을 본 것 같았다. 몇 주간 매일 밤 쌓여온 밀키트 상자들이 한눈에 드러나는 순간, 뭔가 질책이 올 거라는 예감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 전화는 며칠 뒤에 왔다. "너는 우리 아들한테 밥을 제대로 해 먹이지도 않니?"

처음엔 그 질문에 대답할 말을 찾으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맞벌이 부부라는 것, 퇴근하면 저녁 8시를 이미 넘어간다는 것, 남편도 똑같은 시간에 돌아온다는 것을 다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논리는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하는 게 벼슬이니 우리 때는 일하면서 김치까지 다 담갔다."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더 문제였다. 실제로 그런 여성들이 존재했고, 그것이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세대 간의 기준이 얼마나 갈라져 있는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묵직한 것은 따로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물었다. 왜 가만히 있었냐고. 남편의 대답은 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엄마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않아?" 그 한마디의 무게. 내편이어야 할 사람이 상대방의 기준에 암묵적으로 손을 맞춰주는 순간,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느낌이 온다. 시어머니의 비난이 상처였다면, 남편의 침묵과 동조는 배신감 그 자체였다.

여기서 명확한 모순이 드러난다. 분리수거함에 쌓인 그 밀키트들의 절반 이상은 남편이 선택한 메뉴였다. 퇴근하고 함께 앱을 열어 뭘 먹을지 고르고, 배달받아서 함께 밥을 먹는다. 그렇다면 왜 책임은 온전히 한 사람의 것이 되어 버렸나. 여성은 일하는 시간, 일하는 강도, 일의 책임이 남성과 동일한데, 돌아와서는 가사가 자동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귀속된다. 이것이 개인적인 남편과의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그 날 밤,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주말 저녁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르고 카트에 담았다. 그리고 계산대 앞에서 장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뭘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뿐더러,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자정을 훨씬 넘어 새벽 1시가 되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분노, 피로, 그리고 가장 깊은 상처는 내편이어야 할 사람이 내편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인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 커뮤니티의 게시글에서 본 이 사연이 무거운 이유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밀키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현대의 맞벌이 가구에서 밀키트, 배달, 냉동식품은 이미 보편화된 선택지다. 시간 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문제는 가사노동의 책임이 어떻게 귀속되는가라는 지점에 있다.

법적으로든 사회적 합의로든 아내와 남편이 동등한 책임을 지고 일을 하고 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역할이 갈라진다. 여성은 "직업을 갖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가사를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중 규범. 그 모순을 지적했을 때, 같은 침대에서 자는 남편이 침묵하거나 상대방의 논리에 동조한다면—시어머니의 전화보다, 세대 간의 인식 차이보다, 아내가 받는 상처는 훨씬 깊고 복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배신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일하는 게 벼슬이니 우리 때는 일하면서 김치까지 다 담갔다. 엄마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