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경제 분석 채널을 우연히 띄웠다. 세대 간 자원 배분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문득 뒷통수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부의 복지·연금·세제 정책이 아래 세대로 자원을 흘려보낼 때, 같은 노년층이어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관찰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랬다. 손주가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자원이 다음 세대로 양보되는 것에 거리낌이 적다. 반면 손주가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몫이 아래 세대로 흘러가는 데 강하게 저항한다. 같은 '노년층'이라는 틀 안에서도, 손주 유무라는 한 가지 변수가 태도를 완전히 나눈다는 게 흥미로웠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다음 세대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고 없고의 문제인 것 같다. 손주가 있으면, 내가 낸 세금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결국 '내 가족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자식이나 손주가 누릴 미래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100원의 양보도, 손주가 있으면 "우리 아이들 교육·일자리·복지에 쓰이겠지"라는 당사자의식이 생긴다. 그런데 손주가 없으면? 그 100원은 내 지갑에서 나가기만 하는 순손실로 느껴진다. 정책의 수혜자가 추상적인 '남의 자녀들'이 되어버리니까. 이게 같은 또래 안에서도 정책을 보는 눈을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메커니즘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세대 갈등 논의가 너무 단순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년층 vs 청년층'이라는 대립 구도로만 봐왔는데, 이 관찰은 그 안을 더 잘게 나눈다. 노년층 내부에서도 미래 세대와의 연결 여부에 따라 동의와 반발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또래면서도 손주 관계라는 변수 하나가 정책 태도를 갈라놓는다. 세대라는 것이 사실은 연령만이 아니라 가족 구조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각도다.

재미있는 건, 이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저출생 문제가 심화된 여러 선진국들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관찰되고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정책 방향의 충돌이 노년층 내부의 이해관계 차이를 드러내는 현상인 것 같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저출생 심화로 손주 없는 노년층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이 심리적 거리감도 더 커질 수 있다. 자신에게 직접 손주가 없으면, 세대 간 자원 재배분 정책에 대한 저항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세대 갈등이 단순한 나이 차이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가족 구조라는 변수까지 섞이면서 더 복잡한 모양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노년 세대 내부의 균열이 깊어질수록, 정책 입안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 원문 발췌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정부 정책에서 본인들의 자원을 다음세대에게 양보하는 것에 큰 위화감이나 적개심이 적은데, 반대로 손자가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본인들에게 올 자원이 아랫세대로 가는 것에 큰 저항을 한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