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이 집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가 맞으며, 그 옆에서 아이는 공포로 울었다. 울음을 극혐한다고 울지 말라고 윽박지른 아버지 앞에서, 어린 아이의 눈물을 멈출 수 있을 리 없었다. 오늘도, 내일도 같은 비명과 공포가 반복되는 가정.
그 속에서 어머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어머니도 맞으면서 자신의 자식을 지키려 했고, 아이는 이 사람만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며 알게 된 건 달랐다. 어머니는 '자식'을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어린 자녀 자체를 좋아했던 것뿐이었다.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자녀에겐 필요한 것은 무관심이었다.
아버지는 다르게 집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협박했고, 중요한 것들을 들먹이며 위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통제는 물리적 폭력을 넘어 감시와 구속이었다. 몰래 방을 뒤지고, 무엇이든 자신의 손아귀에 있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도 성인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나 벗어날 거라는 기대만 품고 살았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좋은 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객관적으로 성공한 인생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그것이 기쁨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 순간에도 학교와 회사를 빌미로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것을 종속시켰다. 다른 가족들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또 다른 협박의 무기가 될까봐 비밀로 감춰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안 속에서 일했고, 불안 속에서 살았다.
그렇게 버티다 암 진단을 받았다. 자신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만성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신체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수술을 받을지 말지를 놓고 계속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 시절 몇 번이나 이 삶을 끝내려던 시도가 있었으니, 이 순간이 오히려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결국 수술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9박10일의 입원과 6개월의 재활. 그 모든 것을 혼자 견뎌냈다. 가장 기댈 만했던 어머니에게 암 진단을 알렸을 때,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어머니는 10년 전부터 암 관련 추적검사를 받아온 사람이었다. 암이 무서운 병이라는 것, 그 불확실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수술은 잘했는지, 결과는 어떤지, 몇 기인지 묻지 않았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한 가지만 명확해졌다. 여기는 자신을 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 집을 나왔다.
수술 후 미세전이가 발견되었고, 항암치료를 권유받았다. 보통이라면 모든 치료를 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달랐다. 케어해줄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항암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혼자라는 상황에서 힘든 치료를 계속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도 축하하지 않을 남은 시간들을 늘리는 것일 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수술을 후회한다. 차라리 암을 키웠다면 10년 안에 이 모든 게 끝났을 텐데. 죽음이 오히려 희망이었던 심정이 치료로 인해 막혔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해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인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고아로 태어났다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평생 엮여 있던 게 바로 이 비참의 본질이었다.
📌 원문 발췌
암에 걸리니 모르는 단어투성이고 병원 초진예약자체가 최소 한달이후 가능하고 이것저것 병원 알아보는것도 일인데 무관심한 엄마를 보면서 그냥 집 나왔어요. 벌써 1년 됐네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