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관을 빠져나오며 손에 들린 루이비통 쇼핑백이 평상시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엄마를 위해 처음으로 명품을 샀다는 사실이 아직도 어색하면서도 설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도, 다음 순간엔 뭔가 뿌듯함이 밀려온다.
사실 이건 오랫동안 미루고만 있던 일 같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명품을 대하는 태도를 봐왔다. 괜한 사치 아니냐며 한계를 정하던 모습, "저런 건 내가 쓸 물건이 아니야" 하며 웃어넘기는 모습들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한 번쯤은 누구나 부모님께 명품을 선물해주겠다는 다짐을 가져본 적이 있을 테다. 나이를 먹고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되면 꼭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구체화된 것 같다.
오늘이 그 약속을 실행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월급을 받은 지 며칠 뒤, 백화점에 들어갔을 때는 그저 구경이나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루이비통 스카프 코너 앞에서 발이 멈췄다. 가방보다는 훨씬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 가격표를 보자마자 순간 숨이 멎었다. 생각보다 비싼데, 정말 엄마가 좋아할까? 혹시 필요 없는 선물은 아닐까? 그런 자책 같은 고민이 자꾸만 떠올랐다.
하지만 한두 번 깊게 숨을 쉬다 보니 마음이 정해진 것 같았다. 지난 몇십 년간 엄마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해줬는지, 그리고 지금 자신이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 이 정도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걸 깨닫는 순간이 성인이 되는 진짜 순간인 것 같다.
계산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떨렸다. 카드를 내밀 때도 손이 조금 떨렸다. 점원님이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떨림이었지만, 분명히 떨렸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느껴본 어떤 기분과도 다른 것 같았다. 부모님을 돌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를 그 순간에 비로소 느낀 것 같다.
이제 엄마에게 건네는 순간을 상상한다. 깜짝 선물이 될 테니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정말 좋아할지 자꾸만 생각난다. 혹은 그 스카프를 즉시 활용할지, 아니면 소중히 보관해둘지도 궁금하다. 누군가는 단순한 스카프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건 명백히 그 이상의 무언가인 것 같다.
사실 성인이 되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명품을 선물하는 자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 나도 해야지"라고 중얼거리곤 했는데 이제 현실이 됐다. 그 행위가 주는 의미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뭔가 심리적 이정표 같은 것인 듯하다. "이제 나도 이 정도는 해드릴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 성장의 증거 같은 것 말인 것으로 보인다.
손에 들린 쇼핑백이 그 마음을 모두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곧 다가올 선물의 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