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국민학교에 입학한 이래, 이 교사는 사실상 50년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지냈다. 12년 뒤 대학에 진학했지만 그곳도 학교였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의 시간을 거쳐 1994년 3월, 현재의 학교에 임용되었을 때부터는 32년간 한 자리에서 학생들을 마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년을 몇 년 남기고 명예퇴직을 결심한 것은 작년 봄부터의 일이었다. 내년 2월로 예정한 그 순간이 가까워질수록 올해는 업무 배치에서 자신을 제외하기로 학교 차원에서 결정해 주었다. 준비 기간은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실제로 명예퇴직 서류에 펜을 들고 작성을 마쳤을 때, 뭔가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32년을 같은 교단에서 보낸 사람에게 퇴직이란 직업을 바꾸는 것 이상의 무게를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일의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정체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94년부터 32년간 '교사'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온 삶이 갑자기 끝난다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 상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왜 명예퇴직을 택했을까. 그 이유는 신체의 피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겁다. 본인 표현대로 "몸보다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 이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의 피로'란 단순한 업무 스트레스를 넘어선다. 학교 조직의 오래된 인간관계, 끝나지 않는 행정 업무, 빠르게 변하는 교육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심리적 소진이 축적되어 온 것일 수 있다. 신체는 아직 일할 수 있지만, 정신이 더 이상 그 울타리 안에 머물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평생 학교 안에서만 생활하다 세상을 맞이한다는 것은 각별한 막막함을 동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 밖의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32년 동안 자신이 놓친 그 무언가가 과연 무엇인지, 그곳에서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런 물음들이 쌓인다.
명예퇴직을 선택한 것은 또 다른 신호이기도 하다. 정년까지 버티려 했지만,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 교사는 "인생의 3막을 잘 설계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그럼에도 준비의 마음 안에는 가득한 불안도 함께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50년을 제도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그려야 할 그 3막이란, 백지 위에 무엇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지금까지 평생 학교에서만 생활한 사람이다보니 세상에 대한 걱정과 고민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됩니다. 몸보다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 정년을 몇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