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하는 일 중 하나가 숙제 평가인데요, 최근 몇 해 동안 두드러지는 패턴이 생겼다고 봅니다. AI와 관련된 숙제들입니다.

혹시 AI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평가자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저는 AI 사용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떤 도구를 쓰든 상관없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갖고 오면 된다고 봅니다.

다만 현장에서 만나는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AI 결과물을 검수 없이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 같거든요. 그럼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AI로 작성하셨네요?"라고. 이건 도구의 이름을 묻는 질문이라기보다는, 당신이 그 내용을 정말로 검토했고 의도를 담아 가공했는지를 묻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로 돌렸는데요?"라고. 또는 "어떤 AI로든 상관없지 않나요?"라는 식의 반박이 나오기도 하죠.

이 지점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특정 도구 이름을 대는 것 자체가 실은 자신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저는 당신이 ***를 썼는지 ○○를 썼는지 궁금한 게 아니거든요. 궁금한 건 당신이 그것을 자신의 생각으로 재구성했는가이고, 당신의 손길이 얼마나 묻어 있는가입니다.

AI는 도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품을 줄여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봅니다. 몸에 걸칠 옷감을 빨리 재단해준다고 해서, 그 옷이 나 자신의 옷이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당신이 그 위에 수를 놓고, 단추를 다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나의 옷'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가 끝까지 완성해주지 못하는 건 그것이 한계여서가 아니라, 도구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망치가 집 전체를 완성해주지 못하듯이, AI도 최종 완성은 사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안? 네, AI가 빠르게 만들어줍니다.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평가 결과는 금방 달라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같은 도구를 써도 사람마다 결과가 극명한 경향이 있습니다. 누구는 그것을 검수 전 거쳐야 할 과정으로, 누구는 최종 산출물로 여기거든요. 점수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에게 나가는 경향입니다. 간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신경 쓴 만큼 보이는 거고,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제가 드리는 조언은 이것입니다. AI 이름을 당당하게 언급하지 마세요. 대신 당신의 검증 과정을 보여주세요. 당신이 그걸 읽고, 고쳐 쓰고, 보완한 흔적이 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라고 봅니다. 규제 대상은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방치하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 원문 발췌

뭐로 돌렸든 제가 알아 챈 이상 이건 점수 없습니다. AI는 품을 줄여주는 도구입니다. 걔가 뭘 끝까지 해주지는 못해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