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대체의학'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최근의 개념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용어는 1970년대 미국에서 탄생했는데, 당시 동아시아 문화 열풍 속에서 기존의 '돌팔이(quackery)'라는 낙인을 벗기기 위한 마케팅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대체의학'이라는 분류 자체가 순수하게 과학적인 정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상업적·문화적 맥락이 짙게 묻어난 셈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체의학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비교의사학 관점에서 현대 의학은 네 가지 속성을 갖춘 것으로 본다. 첫째 생물학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하고, 둘째 실험이 가능해야 하며, 셋째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하고, 넷째 효과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이 네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들을 현대 의학의 대척점에 놓은 게 대체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나타난다. 각 나라와 지역마다 대체의학의 범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한의학, 중국의 중의학, 일본의 한방의학(캄포)이나 유도정복술, 인도의 아유르베다, 미국의 정골의학과 카이로프랙틱 같은 것들이 모두 광의의 대체의학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로는 각 국가에서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가장 명확한 사례가 한의학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한의학은 단순한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이 아니라 법적으로 인정된 의료 제도권 안에 완전히 편입되어 있다. 한의사는 의료인으로 분류되고, 별도의 국가 면허 시험을 거쳐 자격을 취득하며, 한의원, 한방병원, 보건소 등 정규 의료기관에서 일한다. 엄연한 정규의학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흥미롭게도 중국, 대만, 인도, 네팔, 미국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각국에서는 자신의 전통의학을 법적·제도적으로 정규의학 수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중의학, 아유르베다, 정골의학이 그것인데, 이들 치료 행위를 수행하는 사람들 역시 국가 면허를 갖춘 의료인으로 대우받는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이 던져진다. 같은 한의학이라는 치료 체계가 한국에서는 국가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다루는 정규의학인 반면, 일부 다른 국가에서는 여전히 '대체의학' 카테고리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어떤 나라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거부당하는 치료법이 다른 나라에서는 정규 의료로 인정받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대체의학'이라는 분류는 어떤 고정된 과학적 기준이나 절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법적 틀, 의료 정책, 문화적 맥락, 역사적 배경에 의해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치료법이 '진정한 의학'인지 '돌팔이'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과학이 아니라 제도와 법률이 하고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의학의 경계선은 생각보다 훨씬 유동적이며, 그 경계는 객관적 과학에 의해 그어지기보다는 각 사회의 정치·법적 선택에 의해 그어진다고 볼 수 있다.
📌 원문 발췌
'대체의학'이라는 단어는 197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마케팅적 표현으로, 기존에는 quackery(돌팔이)와 같은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되어왔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