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 해병대원이 일본 여성을 강도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한국 언론에서도 보도됐다. 한 누리꾼이 관련 뉴스들을 모아 올린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보면, 이것이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거대한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미군 관련 범죄는 2020년 40건에서 지난해 101건으로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온다. 더 충격적인 것은 누적 통계다. 1972년 본토 반환 이후 미군과 군속(미군이 고용한 현지인)에 연루된 형사사건이 6000건을 넘었다고 보도된다.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쌓인 사건의 규모는 이것이 개별 범죄가 아니라 시스템적 문제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왜 하필 오키나와일까. 지역의 특수성을 보면 이유가 명확하다. 오키나와는 일본 국토의 0.6%에 불과하지만, 일본 내 미군 시설의 약 70%가 이곳에 집중돼 있다. 대만해협과의 근접성 때문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 거점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오키나와 주민들이 부담하는 기지의 상대적 비중은 일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인구수 대비 기지 밀도가 높으면, 사건 발생 확률도 비례해서 높아지는 구조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전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이후 외무상이 주일 미국대사를 호출해 항의 의사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미군 전 장병을 대상으로 금주령과 외출통제라는 임시 조치도 내려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분노를 일단 누그러뜨리기 위한 제스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략적 이해관계다. 오키나와는 미일 동맹의 핵심이자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의 중추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기지를 축소하거나 이전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미국도 오키나와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현상 유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양쪽 모두 정해진 말만 반복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는 계속 고조되고 있다. 커뮤니티 반응에는 "얼마나 더 당해야 하나"라는 절망감이 드러난다. 이번을 계기로 기지 축소와 반환을 명확히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위와 정치적 논의가 불거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의 열기는 식었고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이 정말 변화의 순간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반복이 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