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서 15년을 살았다. 부모님 단독주택의 1층, 23평 남짓한 공간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얼마를 불릴지, 무엇을 사줄지만 신경 썼다. 살던 동네의 실제 가치가 무엇인지, 주변에는 어떤 이웃들이 모여 있는지, 이 지역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같은 것들은 생각 밖이었다. 부모님 것이 내 것처럼 편하게 누리면서 자산 주체성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아예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날 아버지가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가라는 거였다. 이유는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너도 대출받고, 관리비도 따로 내고, 재산세도 내면서 살아봐라.' 결국 자기 집에 영원히 붙어 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들이 못마땅했던 모양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따졌다. 2층과 옥상, 마당까지 충분한 공간이 있는데 1층에서 함께 살면 안 되냐고. 둘 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지 않냐고. 하지만 아버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대출을 받았다. 30년짜리 대출이었다. 집값의 절반 정도를 빌려서 32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한 것으로 전해진다. 혼자 살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리비는 월 25만 원대. 재산세는 한 해에 수십만 원씩 나간다. 전기, 가스, 수도는 당연히 따로 낸다. 부모님 집의 그것도 여전히 담당한다. 주민세까지. 갑자기 늘어난 고정비와 의무들이 어깨를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집을 사는 순간 눈이 뜬다는 게 정말 이런 거였다. 매일 누수 여부를 살핀다. 벽의 작은 흠집도 신경 쓴다. 주변에는 어떤 이웃이 사는지, 아파트 단지의 관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자연스럽게 관찰한다. 우리 지역의 발전 가능성까지 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교통 인프라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주변 재개발이 진행되면 동네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하는 생각들이 하루종일 맴돈다. 남의 것이었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선명해지는 경험이었다.
동시에 자꾸만 후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님 건물에서 한 층이 비어 있는데, 굳이 여기 나와서 수십억 대의 대출을 져야 했나 싶은 의문이 떨쳐지지 않았다. 1년, 2년을 그렇게 지나갔다.
3년이 되어가니 수치들이 말해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산 아파트의 가격이 그 동안 낸 대출이자, 관리비, 재산세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올라 있었다. 한편 부모님 집은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었고, 내년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었다. 처음엔 손실로 보였던 것들이 역설적으로 자산 증식의 기회가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 자산과 부모님 자산이 완전히 분리된 거였다. 처음엔 그게 손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그때 나온 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옳은 선택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제로 독립하게 해준 아버지의 그 한 마디가, 3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예상 밖의 선물처럼 여겨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원문 발췌
너도 대출받고, 관리비도 따로 내고, 재산세도 내면서 살아봐라. 집을 사고 나니까 정말 별의별 것에 다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부모님 집은 또 별개의 자산으로 재개발이 진행돼 내년에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