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대의 가격을 주고 구매했던 팬굿즈 하나. 소중한 물건이었지만, 집에서의 보관 공간이 마땅하지 않아 본가에 두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곳이라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것이 사라져 있었다.
엄마가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껴진 허탈함과 화가 얼마나 클 것 같은가. 글쓴이가 처음부터 두 개를 구매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심정이 더욱 드러난다. 하나는 보관용으로, 하나는 실제로 소장하며 감상할 용도로 나눠 가질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팬덤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수집 문화가 흔하다.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 관련 한정판 상품들을 모으는 행위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구할 수 없을 만큼 희귀한 아이템이라면, 보존과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래서 어떤 팬들은 구매 당시부터 어떤 것을 소장하고 어떤 것을 별도로 보관할지를 계획한다. 이는 그 물건에 대한 존중이자, 자신의 취미 활동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가는 그런 논리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던 모양인 것으로 보인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집에 그런 거 그만 갖다 놓으라"는 말이 더 당연하게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물건의 가치관 차이가 얼마나 극단적인가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 세대에게는 쓸모가 명확하지 않은 물건들은 대부분 정리의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미니멀한 생활 공간을 선호하는 태도, 혹은 물질적인 집착을 좋아하지 않는 가치관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자식이 "버리지 마"라고 부탁해도, 그들의 눈에 띠지 않는 물건이라면 생각 없이 정리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식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물건이 단순한 '쓸데없는 것'으로 낙인찍혀 버려진다.
글쓴이도 이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2만원의 금전적 손실도 크지만, 문제는 "다시 사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팬덤 상품 중 대다수는 특정 기간 동안만 시판되는 한정판인 것으로 보인다. 극장 개봉 기념 상품, 시즌 한정 콜라보 상품 같은 것들은 그 시간이 지나면 공식 채널에서는 절대 다시 나오지 않는다. 혹시 중고 시장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격이 훨씬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그 상품을 원가에 다시 소유할 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는 의미다.
다행스럽게도 글쓴이는 같은 상품 중 하나를 더 가지고 있었다. 구매 당시의 이중 구매 계획이 이번에는 역설적으로 방어막이 되어준 셈인 것으로 보인다. 남은 한 개를 보며 위로를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잃어버린 것이 주는 마음의 빈 자리가 완전히 채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한정판 상품 하나의 손실은 단순한 금전적 손해를 넘어, 수집가로서의 작은 성취감까지 빼앗아 간다.
본가에 물건을 맡긴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팬굿즈 수집가들이 반복적으로 겪는 이 같은 갈등은, 단순한 부모-자식 간의 물건 관리 차이를 넘어선다. 그것은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 물질에 대한 태도의 차이, 그리고 상대의 취미와 감정을 존중하는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번 사건이 결국 뭔가를 남기려고 한다면, 그것은 "본가 보관은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쓸쓸한 교훈일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일부러 2개 사서 하나는 본가갔다놨는데 엄마가 맘대로 버렸어. 뭐라 하니까 집에 그런거 그만갖다놓으래.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