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올해 초부터 합병증으로 고생하다가 최근 들어 거동까지 힘들어진 상황이 되니,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와중에 있는 게 이모로서의 고민. 두 명의 조카 중 한 명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큰 조카는 20대 남자인데 성격이 다정해서 엄마가 아파도 그럴 때 잘 챙기고 걱정해준다. 문제는 17살인 작은 조카. 공부에 야망이 넘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밤 늦게까지 책을 앞에 두고 있는 모습은 정말 기특하기만 하다. 그런데 엄마가 몸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뭔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게 이모의 관찰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엄마가 대소변 조절을 못해 조카 앞에서 실수를 몇 번 했는데, 그때마다 조카가 보이는 반응이 걸렸다. "하... 빨리 화장실에 가야지" 같은 한숨이나 한심한 뉘앙스. 당연히 어린 조카 입장에서는 엄마가 갑자기 그러는 모습에 놀라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모는 생각해봤다. 자기 엄마가 병으로 그런 상황까지 처하게 되었는데, 조카는 먼저 걱정하거나 슬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언니는 남편이 사업 때문에 한국에 자주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서 조카들이 조금 더 엄마를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특히 이모가 거리가 먼 곳에서 근무하면서 매번 올라와 엄마를 간호하는 동안, 조카들이 옆에서 조금이라도 더 신경써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언니가 엄마아빠나 이모 앞에서는 무기력해 보이지만, 조카와 이야기할 때만 웃으면서 기운을 차린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즉, 작은 조카가 보이는 그 무심함이나 거리감이 실은 엄마한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카는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17살이라는 나이는 부모의 중증 질환 앞에서 적절한 감정을 표현할 언어와 경험이 부족한 시기다. 무관심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두려움을 처리하지 못한 채 학업 스트레스 위에 껴안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조카가 엄마의 모습에 짜증을 내는 것도, 현실을 외면하고 공부에만 집중하려는 무의식적 방어 기제일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모가 "너는 엄마를 더 챙겨야 한다"는 식으로 훈계를 꺼내면 어떻게 될까. 조카는 방어적으로 닫힐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부모의 병과 학업 스트레스로 힘든데, 거기에 죄책감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더 효과적인 방식은 다르다. "엄마가 너랑 이야기할 때가 가장 기운을 차린다더라" "너처럼 자기 꿈 얘기해주는 사람이 엄마 옆에 누구 있냐" 이런 식으로, 조카가 이미 엄마를 얼마나 잘 챙기고 있는지, 엄마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먼저 짚어주는 것. 그러면 조카는 방어하지 않고 자신의 태도를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생긴다.
결국 이모의 개입이 오지랖이냐 아니냐는 말의 내용보다 타이밍과 언어의 선택에 달려 있다. 훈계가 아니라 공감으로, 지적이 아니라 인정으로 시작한다면, 그것은 오지랖이 아니라 필요한 어른의 역할이 될 수 있다.
📌 원문 발췌
그런데 애가 본인엄마가 몸상태가 심각해졌는데도 신경을 안쓰는 느낌입니다. 언니가 대소변 실수를 작은조카앞에서 몇번했었는데 그때마다 좀 한심해하는 뉘앙스를 받았대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