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모님 칠순 잔치 당일. 그 자리에서 두 며느리가 준비한 선물은 겉으로는 같은 '액수'였다. 하나는 백화점 상품권, 다른 하나도 상품권. 경조사 선물의 가장 명확한 기준인 금액으로만 봤을 땐 둘 다 합격선이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덧붙여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동서의 선물엔 꽃바구니가 곁들여졌다. 글쓴이의 선물엔 그게 없었다. 똑같은 돈으로 준비한 의례인데, 어느 것이 '더 신경 쓴' 것으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것만으로도 둘 사이에 구별 지어지는 무언가가 생겨났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한마디가 떨어졌다. "어머, ***엄마는 센스가 있네."

지나가듯 던진 그 말이 유독 깊게 박혔던 건, 그것이 명시적인 지적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넌 부족해"라고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편이 차라리 나을 뻔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 "액수를 맞춰갔으니 상관없지 않냐"고 반박할 여지라도 있었을 텐데, 이건 공기처럼 스쳐가는 비교였다. 오히려 그래서 반박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센스'라는 기준은 누구도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잣대 없는 평가가 가장 거스르기 어렵다.

경조사 선물 준비의 기준이 어느 시점부터 달라졌을까. 예전엔 '얼마를 쓰느냐'가 핵심 평가 항목이었다면, 지금은 그 금액에 '무엇을 곁들이는가', '어떻게 연출하는가'까지 포함되는 것 같다. 같은 금액을 써도 그 구성 방식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다. 비용의 기준이 명확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선물은 '센스'라는 추상적 개념으로도 재평가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게 더 꼬이는 이유는, 그 새로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꽃바구니가 필수? 래핑의 품질도 평가 항목? 고급 문구나 카드의 유무까지? 다음 경조사 때는 뭘 하나 더 챙겨야 '본전'을 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이 자꾸만 떠오른다.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보는 기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이 사연을 통해 드러나는 건, 동서 때문이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댁이 며느리들을 나란히 세워 점수를 매기는 구도 자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 글쓴이가 남긴 표현이 이를 정확히 포착한다. "동서가 밉다기보단 자꾸 나란히 세워놓고 점수 매기는 게 지쳐요."

여기서 일어나는 건 무엇일까. 비교 발언이 고의적이지 않을 때, 오히려 반박이 불가능해지고 피로가 더 깊어진다는 심리적 메커니즘인 것으로 보인다. "어머, ***엄마는 센스가 있네"는 명시적인 비난이 아니므로, 거기에 맞서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그 말이 경조사마다 반복되면, 며느리는 자신의 선택이 부족한 걸로 자동 감지하게 된다. 다음에는 더하고, 또 더한다. 끝이 없다.

선물 준비가 의례를 넘어, 시댁의 무언의 평가 기준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맞춰가는 감정노동으로 변질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장 무서운 건, 그 기준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 동서가 다음에 뭘 들고 올지 예측할 수 없으니, 매번 새로운 '점수 게이트'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경조사는 더 이상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끝 모를 경쟁이 되어버린다.


📌 원문 발췌

어머 ***엄마는 센스가 있네 이러시는 거예요. 동서가 밉다기보단 자꾸 나란히 세워놓고 점수 매기는 게 지쳐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