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없는 부부라는 게 종종 축복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때론 책임을 덜어준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그 여유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특히 형제 관계 속에서.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연을 보니 이런 '흘러가는 감정'의 흔적이 있었다. 글쓴이는 자녀가 없고, 형님네(남편의 형과 형수)는 초등 3학년 딸을 두고 있다. 처음부터 조카를 각별히 챙겨온 이유는 자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그리고 조카가 태어날 때부터 정말 많이 봐줬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이 불편할까.

연간 지출 항목을 펼쳐보면 추석에 5만원, 설날에 5만원. 생일 때는 유명 브랜드 옷을 사주고, 입학할 때도 가방과 브랜드 옷을 샀다.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때는 현금 5만원이나 5~8만원대 옷이 더해진다. 이 모든 게 자발적이라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가 느끼는 건 다르다.

생일이나 입학, 어린이날 때 '조카가 직접' 부모를 통해 원하는 물건의 캡쳐 사진을 보내온다는 것. 글쓴이는 이걸 조카의 진정한 요청이라기보다, 형님(조카의 엄마)이 아이를 전달 도구처럼 쓰는 건 아닐까 의심한다. 자발적인 선물이 아니라 '주문받은 용역'처럼 느껴지는 순간인 것으로 보인다.

반장이 된 날의 에피소드를 보면 구조가 드러난다.

처음엔 조카가 5천원짜리 다이소 쿠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다음엔 2만원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이 물어보니 (결국 아이를 통해) 뭔가 갖고 싶은 게 있다고 했고, 남편은 10만원 용돈을 계좌에 입금해줬다. 글쓴이는 그 순간 혼란이 밀려왔다고 한다. 반장이 된 것 자체는 축하할 일이 맞다는 지적이다. 조카가 자랑스럽고 예쁜 것도 맞다.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요청 액수가 커지는가. 왜 부모가 아닌 아이가 작은 아빠에게 이렇게 직접 물어야 하는가.

여기서 드러나는 건 아이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구조다.

글쓴이가 불편해하는 건 돈의 규모나 선물 자체가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형님네가 조카를 '요청 채널'로 쓰는 방식에서 비롯된 불쾌감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가 없다는 사실이 충분한 형태의 '쉬운 지원자'로 인식되면서, 명절이나 기념일 때마다 자동으로 예산이 배당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형님 부부는 한때 글쓴이 부부에게 "나중에 너희들이 아이를 낳으면 우리가 더 잘해줄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이 말이 설득력을 잃어버렸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현재에 매번 '요청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건 마치 미래의 자녀를 향한 투자라기보다, 현재의 호의를 담보로 미래의 의무를 예약하려는 말처럼 들린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만 해도 그렇다.

형님은 자기 형이고, 조카는 자신의 유일한 조카다. 특별할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글쓴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의가 형님 가족의 '기대'로 변질되는 과정이 보인다. 처음엔 자발적으로 챙겨주는 부부였는데, 어쩌다 보니 매번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고 있다. 남편은 그것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고, 글쓴이는 혼자 불안감과 불쾌감 사이를 오간다.

결국 글쓴이가 언급한 '나중에 우리 아이 낳으면'이라는 건 실은 약속이 아니라 질문이 되어야 한다는 뜻 아닐까. 그들도 가봐야 아는 거 아닌가. 지금 현재에서 시작되는 건강한 관계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 원문 발췌

반장 되던날 남편이 뭐 가지고 싶냐고 카톡하니까 돈 이렇게 온게 일단 제 딴애는 충격이었는데 어쨋든 2만원 주기 그렇다고 아주버님한테 조카 용돈카드 계좌 물어봐서 10 보내줬다는데. 무슨 무슨 날마다 이러는게 솔직히 기분이 별로에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