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나간 4살 손주가 갑자기 소주 진열대 앞에 멈췄다. 아이가 손을 뻗어 소주병을 집어 들고는 장바구니에 담는다. "하부지꺼"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글쓴이는 깜짝 놀랐다. 그 전까지 아이는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집안의 음주 문화를 다시 살펴봤을 때, 패턴이 명확해 보였다. 남편은 술을 거의 마신다고 보기 어렵다. 젊은 시절 시아버지가 매일 소주 두 병씩 마시던 모습에 질려서인지, 지금은 주 한두 번 맥주 한두 캔 정도만 집에서 꺼낸다. 그것도 아이를 재운 후 밤 늦게야 마신다. 덕분에 아이가 아버지의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글쓴이 자신은 남편 잔에서 한두 모금 빼내 마시는 것이 거의 전부이고, 6캔짜리 맥주 팩을 거의 한 달에 걸쳐 나눠 마신다.
문제는 시아버지의 방문이 본격화된 이후로 보인다. 시어머니와 3년을 넘게 별거 중인 시아버지는 주 1회 저녁때마다 손주를 보러 온다. 차로 15분 거리고 운전도 가능하지만, 반주를 한다고 버스를 탄다. 평일 남편의 일정을 먼저 확인한 후, 점심 무렵쯤 연락해 방문한다. 저녁을 함께 하면서 소주 1병을 자신이 다 마신다. 아내도, 여자 며느리도 그 정도로 마시지 않으니, 결국 할아버지의 술이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반찬을 따로 사다 주기도 하고, 손주에겐 매번 5만 원씩 용돈을 준다. 한두 시간 있다가 정중하게 돌아간다. 배려 많은 할아버지의 방문 자체만 본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의 세계에서는 다르다. 어린아이에게 같은 시간에 반복되는 장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규칙'이 된다. 할아버지가 오면 → 밥을 먹을 때 → 그 사람이 특정 음료를 꺼낸다는 연결이 무의식적으로 쌓인다. 뇌는 패턴을 학습한다. 그 연결이 반복될수록 더 깊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가 마트에서 소주를 본 순간, "할아버지"라는 신호를 무의식적으로 받고 손을 뻗었을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시아버지의 음주 자체가 과하지 않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주 1회, 한두 시간, 취해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런데도 아이는 학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음주 행위를 받아들였고, 그것을 특정 인물과 연결시켰다. 이런 사례를 보면, 아동 발달 측면에서 '노출의 양'보다 '노출의 반복성'이 중요하다는 관찰이 타당해 보인다. 적절한 수위의 음주가 일관되게 반복될 때, 아이는 그것을 "정상적인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글쓴이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술 때문에 손주 온다'는 문제라기보다, 배려 많은 가족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교육적 신호 전달의 문제처럼 보인다. 한 가지 현실적인 방법은 시아버지의 음주 장면을 아이의 취침 이후로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 남편이 이미 실행하고 있는 방식처럼. 혹은 방문 시간대를 미리 조정해 아이가 이미 자리에 없을 때만 술을 즐길 수 있게끔 은연중에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아버지는 충분히 손주 교육을 배려할 분으로 보이니까.
다만 그렇게 되면 시아버지와 공유하던 저녁 시간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관계의 온도가 변할 수 있다. 그것이 과연 문제라고 봐야 할 만큼 심각한 일인지, 아니면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조정할 수 있는 학습 과정인지—그 판단은 결국 글쓴이 자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어제 저녁먹고 아이랑 장을보러 갔는데 아이가 걷다가 소주앞에 딱 서는거예요 하부지꺼라고 소주도 장바구니에 담으래요 그전까지는 그런적 없었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