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종합검진을 받고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는 것만 해도 당분간은 안도감이 생긴다. 그런데 그 안도감도 한계가 있었다. 신체 어딘가에서 비롯된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인의 소개로 정신과 문을 두드리기로 결심한 건 그런 상황에서였다.
정신과 진료에 앞서 내과에서 정상 판정을 받는 사례는 흔하다. 신체 원인을 먼저 확인하고 싶은 심리가 자연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글쓴이도 같은 길을 걸었다.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120여 항목에 달하는 심층 검사와 상담이 진행되었다.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상태를 매우 세세하게 진단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이런 절차를 거쳐 처방받은 약은 작은 알약 두 개였다.
극적이었다. 두 알약만으로도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두근거리던 심장 박동이 차분해졌고, 호흡이 막혔던 답답함이 가라앉는 경험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상의 80% 이상이 회복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2주분을 처방받은 약이 이렇게 빠르게 효과를 낸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고맙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5일 정도를 복용하다 보니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전감에 빠져 약을 임의로 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를 건너뛴 것만으로도 증상이 서서히 올라오는 걸 느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치 물이 차오르는 듯이 불안감과 신체 증상들이 다시 돌아왔다. 그제야 약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복용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전감과 실제 회복이 별개라는 것을 몸으로 배운 셈이었다. 초기 약물 적응 단계에서 호전감만으로 복용을 중단했을 때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약 복용과 동시에 다른 회복의 통로도 열렸다. 약 20여 일간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시간 동안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수 년 동안 말하지 못했던 것들, 꺼내기 어려웠던 감정들을 조금씩 터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사이에 얼마나 많은 말들이 쌓여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약물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회복이 있다는 뜻이었다.
몇 년 만에 어머니를 안아드릴 수 있었다. 극적인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 작은 신체 접촉이 의미하는 바는 컸던 것 같다. 약이 극복하게 해준 심리적 거리와 가족 대화가 만들어낸 관계의 변화. 두 가지가 함께 작동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 순간이었다는 인상이 든다.
완벽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작은 변화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한 것 같다. 약물 복용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가족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게 이 사연의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두근 거리고 숨이 잘 안쉬어지던 것이 차분히 가라 앉는 느낌... 5일 정도를 먹으니 괜찮아지는 것 같아 어제 하루 약을 걸렀더니 스믈스믈 안좋은 것이 올라 오는 느낌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