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일방적인 기대만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고모가 외동인 오빠와 연락을 하라고 제안했을 때, 마음이 좋았다. 나이가 많지 않은 사촌이라 형이나 동생처럼 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기대 없이 연락하고, 가끔 만나고, 그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빠가 결혼하고 아기를 낳자, 고모의 요구가 눈에 띄게 늘어났던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났다면 당연히 선물을 챙겨야 했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생겼다. 놀러 가자, 회사를 구경하고 싶다, 더 자주 봐야 한다는 식의 요청들이 계속 들어왔다. 마치 내가 그 일들을 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인 것으로 보인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척이니 챙기는 게 맞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불편한 부분은 다른 사촌들과의 취급 차이였다. 다른 사촌들이 있는데도 자꾸만 나한테만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외동아들이 갖지 못한 형제 관계를 누군가는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고, 그 누군가가 나여야 한다는 논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핵심인데, 사실 처음부터 그런 역할을 하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한 적이 없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두 번은 괜찮았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반복되면서 뭔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항상 주는 쪽이었고, 상대는 받는 쪽이었다. 선물도 사주고, 시간도 내주고, 고모 쪽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돈이 필요하면 자동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기대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친 형제처럼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태도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점점 호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뭔가를 선택하고 있는 게 아니라, 휘말려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더 불쾌했던 건 이 모든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거였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거리를 줄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턴 그게 의무처럼 자리잡아 있었다. 고모는 아들이 외동이니까 나와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라는 추측이 든다. 그리고 나도 그 기대에 응해야 한다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인 것 같다. 초기의 '손해를 감수하는 선의'가 후기의 '당연한 역할 수행'으로 서서히 굳어져 버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구도 명시적으로 '이렇게 지내자'고 합의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게 일방적인 기대와 암묵적 압박 속에서만 작동해 왔던 것 같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완전히 끊자는 건 아니지만, 거리를 서서히 두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초기엔 선의로 시작했던 관계가 지금은 그 선의가 자신을 소비하는 지점까지 온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 원문 발췌
한 두번 하다보니 나만 손해보는 것 같고 호구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상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대해줬는데 당연하게 생각하는게 못마땅해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