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없을 때 여친들이 한다는 일들."

이렇게 제목이 시작되면, 읽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어떤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질 것 같다. 그 다음 나열되는 문장들은 그런 첫인상을 한껏 자극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함께 영화를 보고, 밥 먹을 땐 서로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고, 입술에 뭔가 재미있는 행동도 하고(박치기 같은), 손을 잡고 거리를 다니며, 더 나아가 한 침대에서 잠을 자기까지 한다고 적혀 있다. 한 글귀 한 글귀가 독자의 상상력을 계속 건드린다.

여기까지만 읽고 멈춰 있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순간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여친 무리만의 은밀한 일상이나, 일반적인 친구 관계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깊은 친밀함이 펼쳐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슬쩍 끼어 있다. 괄호 안의 문장 하나다. "왼쪽 아래 1호 여친의 엄마인 6호여친은 무시합시다."

6명의 여친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다른 친구의 엄마라는 건가? 독자의 눈이 순간 멈춘다. 뭔가 처음부터 이상했는데, 이 문장이 그 위화감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다. 이 한 문장이 추가적인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혹시 이 전체 상황이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심어놓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모든 의문을 단번에 해소하는 문장이 온다. "물론 후배들끼리 친해지라고 같이 영화관갔다 터진 해프닝입니다."

아, 그렇구나. 이건 남친 없을 때의 몰래 일상도 아니고, 어떤 숨은 관계도 아니었다는 것 같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서로 친하게 만들어주려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간 그 영화관에서 벌어진 일들을 글쓴이가 재미있게 묘사한 것일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를 함께 보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여러 신체 접촉과 일상적 행동들이, 맥락 없이 나열되니까 완전히 다르게 읽히는 거라는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특정 커뮤니티 게시글 1건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의 묘미는 '정보가 전달되는 순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가 제목과 초반 문장들을 읽으면서 특정한 상황을 예상하고, 그 머릿속의 그림을 뒤집는 반전이 마지막에 조용히 숨어 있는 구조라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의 익명 게시판들에서 자주 바이럴되는 글들이 즐겨 사용하는 기법인데, 이 글은 그 포맷을 거의 완벽하게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괄호 안의 '엄마 폭로' 문장의 역할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한 줄이 없었다면, 독자들은 마지막 반전 문장이 나올 때까지 거의 완벽하게 속을 가능성이 컸을 거다. 그런데 그 문장이 대사처럼 작게 끼어들어감으로써, 독자들의 무의식 속에 "뭔가 이상한데?" 하는 경계심을 미리 심어놓는 역할을 한다. 완전히 속지는 않으면서도 "정말 뭐지?" 하는 궁금증과 함께 계속 읽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는 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 문장에서 모든 게 해석되면서, 전체 글의 재미가 한층 깊어지는 구조를 경험하게 되는 거다.

결국 이 글이 전하고 싶었던 바는, 남친 없을 때 여친들이 정말로 그런 일들을 한다는 뜻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글쓴이가 한 영화관 나들이의 장면들을 우스꽝스럽게 재구성해, 독자들을 완벽하게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글쓰기 자체, 정보를 배열하는 순서와 방식이 이 글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원문 발췌

입술박치기도 하고 손도 잡고 다니고 한 침대에 잠. 물론 후배들끼리 친해지라고 같이 영화관갔다 터진 해프닝입니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