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디선가 돌아올 아내가 한 마디 건넸다. 어떤 정치인의 연설을 듣고 난 후였다. 아내 왈, 그것은 마치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 좀 더 정확히는, 연설자가 자기 자신에게 네거티브를 퍼붓는 광경 같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쓰이는 "유체이탈"이라는 표현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유체이탈"이라는 말은 자신의 논리가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언자 스스로의 입장이 모순되어,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허물어버리는 상태를 묘사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어 객관적 관점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듯한, 그런 거리감과 혼란을 담은 말이라고 생각된다. 아내는 그 연설이 정확히 그런 느낌이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듣는 내내 뭔가 어색하고 불편했다고.

그다음 아내가 꺼낸 비유가 걸작이었다. 권투선수 타이슨퓨리의 한 유명한 장면을 언급한 것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그 영상은, 복싱 경기 중 자신의 주먹으로 자기 얼굴을 치는 "셀프 어퍼컷"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전해진다. 자기가 자기를 공격하는 극단적 자충수의 형태인데, 아내는 그 연설이 정확히 그와 같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논리로 자신을 무너뜨리는, 그만큼 모순적이고 역설적이라는 의미인 듯한 것으로 전해진다.

커뮤니티에서 흔히 쓰이는 이 밈은, 발언자가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반박하는 상황을 한눈에 설명해낸다. 타이슨퓨리의 그 한 순간의 영상이, 복잡한 정치 담론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의 평가로 보면, 그 연설도 정확히 그런 구조라는 뜻인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생겨났다. 아내가 어떻게 권투 스포츠의 그런 밈을 알고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보통 가정에서는 남편이 인터넷 밈이나 스포츠 에피소드를 아내에게 설명하고 공유하는 쪽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경우는 전혀 반대였다. 아내가 정치 연설을 평가하면서 먼저 그 스포츠 장면을 끌어올 줄이야.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었다.

보통은 남편이 '이거 봤어, 저 밈' 하며 아내를 교육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엔 아내가 시사 콘텐츠를 해석하고 국제 스포츠 에피소드를 예시로 든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정확하게. 여기에 "당신 때문에 내가 힘들어"라는 한 줄의 한숨까지 곁들여져 있었다고 한다. 단순한 정치 비평이 아니라, 일상에서 저절로 터져나온 하나의 외침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결국 이 글쓴이가 커뮤니티에 그 일을 기록한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아내의 입에서 나온 그 한 줄이, 자신의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생각하지 못했을 정치적 각도를 아내가 간결하게 정리해낸 순발력이, 그저 대단해 보였던 것 아닐까. 부부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평범한 대화인 듯하면서도, 한 번 쯤 커뮤니티에 남기고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한 마디였던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유체이탈을 시전해서 또 다른 본인한테 네거티브하는 거라 생각됨. 흡사 복싱에서 셀프 어퍼컷을 시전한 타이슨퓨리를 보는것 같음.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