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 문을 여는 시간을 기다리며, 부모들이 줄을 선다는 상황이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4개월 뒤의 검진 예약이라는, 그것도 먼 미래의 예약을 얻기 위해 밤새 대기표를 기다려야 한다니, 이게 과연 현대적 의료 시스템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의 배경은 명확하다. 소아과 의사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진료 수가는 다른 과에 비해 낮으면서도 야간과 응급 대응 부담은 크다. 영유아를 다루는 과정에서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의료 현장에서는 새로운 의사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그 결과 남은 소아과들의 진료 부담은 점점 커지고, 그것이 또 다른 의료진을 떠나가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새벽부터 오픈런을 시도한다고 해서 모두가 대기표를 받는 게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정보력이 충분하고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예약 시스템을 미리 파악하거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빨리 진료 기회를 얻는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새벽에 나와 줄을 서도, 결국 수주 혹은 수개월 뒤의 대기 명단에 들어가야 한다. 경제 상황, 정보 접근성, 그리고 시간을 낼 여유 같은 개인의 여건이 의료 접근성을 크게 좌우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정한 영유아 필수 건강검진 제도는 기본적으로 모든 아이가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제도의 목표는 보편적이어도, 현실에서의 접근은 점점 불평등해지고 있다. 누가 먼저 소식을 알고 움직이느냐, 밤을 새워 대기할 체력이 있는가, 또는 사설 클리닉이나 프리미엄 채널로 우회할 경제력이 있는가에 따라, 국가가 보장하려던 '동등한 의료'가 현실에서는 여러 층위로 나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는 보편적이지만 현실은 특권화되고 있다는 모순이 심해지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어떤 미래가 올까. 자신의 아이를 제때 제대로 된 소아과에 데려갈 여건이 있는 가정과 없는 가정 사이에, 의료 격차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와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주된 우려다. 영유아기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기초를 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시기에 경제력이나 정보력의 여부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세대를 거쳐 누적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소아과 수가 점점 줄어들고, 원하는 소아과에 가려면 저렇게 새벽부터 줄을 선다고 하네요. 4개월 뒤 영유아 검진 예약을 위한 줄입니다. 못 사는 사람은 저렇게 오픈런해도 대기표조차 못 받고, 있는 집 사람들은 별도 창구로 빠르게 예약하고..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