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회사원인 글쓴이는 1년 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반에는 손수 세운 투자 규칙을 꽤 잘 지켰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주식 하락장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차트가 빠르게 내려가는 와중에 손절 타이밍을 계속 재판단하다가, 어느새 손절 구간이 훨씬 아래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야 "다시 올라가겠지" 하는 희망만 안고 사지도 팔지도 않은 채, 먼발치에서 지켜만 보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많은 개인 투자자가 하락장에서 이런 '관망 모드'를 경험한다. 손절을 못 한 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세웠던 투자 규칙들은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무너진다. 글쓴이도 그랬다. 욕심 때문에,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장세 앞에서, 스스로 만든 원칙을 반복해서 어겼다. 손해도 여러 번 봤다. 온오프라인 강의도 찾아 들으며 다시 마음을 잡으려 했지만, 이번 하락장에선 그런 노력도 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흔히 취하는 방법들이 있다. 글쓴이도 그런 방법들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술을 마시거나, 딴짓으로 기분을 완전히 전환하거나, 누군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든지. 하지만 오랜 경험을 거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이런 방법들이 실제로는 감정의 '회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힘들고 아픈 감정을 피해 다른 곳에 주의를 잠시 돌릴 뿐, 정작 근본적인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지지도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약을 먹고 일시적으로 증상이 누그러졌다가 다시 아파지는 것처럼.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글쓴이가 오랜 시간을 거쳐 터득한 것은 반대 방향의 접근이었다.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힘들거나, 투자 손실로 속상할 때, 자신의 감정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파하면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눈물이 나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낸다.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며 함께 간다는 의미다. 처음엔 이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이런 방식이 심리적 회복에 훨씬 빠르다는 경험치가 쌓인다고 말한다.
투자 손실로 심각하게 떨어진 심리 상태에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돌아보는 것도, 미래의 재기 전략을 세우는 것도 모두 어렵다. 그럼 남은 건 현재 이 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어제의 실수를 후회하거나 내일의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 모든 사람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한다. 한 익명 게시판에 올린 사연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나누게 된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술을 마시거나 다른 즐거움을 찾아 힘든 마음을 대체하려고 하는 방법은 일시적인 회피일 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제 마음에 더 솔직하고 같이 아파하고 울어주는 것이 회복에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