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하나의 뉴스 보도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을 뒤흔들어놓았다. 중국의 한 국영기업이 DUV 액침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다는 내용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이 소식은 순식간에 장비주들의 주가판을 뒤흔들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네덜란드의 ASML이었다. 주가는 하루 안에 8.4% 급락해버렸다.

ASML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일제히 손실을 입었다. ASM인터내셔널은 7.3%, BE세미컨덕터는 9.9%,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6.7%, 램리서치는 7.9% 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 하나의 보도가 이 정도 규모의 연쇄 하락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장면이었다.

그럼 이 DUV 액침 노광장비가 정확히 뭐길래, 그리고 왜 중국의 자체 생산이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일으킨 걸까. DUV는 극자외선(Deep Ultraviolet)을 이용한 광학 노광 기술로, 반도체 칩을 제조할 때 필수적인 핵심 장비다. 이론상으로는 EUV보다는 구형 기술이지만, 현실에서는 28나노미터 이하의 성숙 공정에서 메모리칩과 로직칩을 대량 생산하는 데 여전히 가장 폭넓게 쓰인다. 스마트폰 메모리, 자동차 칩, 가전제품의 반도체—이들 대부분이 DUV 기술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은 이 장비를 ASML,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같은 해외 업체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다.

중국의 이번 결정이 가져올 파장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정책을 함께 봐야 한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첨단 칩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이 자체적으로 DUV 장비를 만들어내려는 가장 큰 동기다. 자체 장비를 확보하면 미국의 수출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반도체 공급망 독립이 이번 발표로 한 걸음 더 현실화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2차전지 시장에서 이미 겪은 일의 재현처럼 읽힌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때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2차전지 산업 생태계에서 중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떠올려보면 된다. 중국은 단순한 기술 모방에서 출발했지만, 규모의 경제와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결과적으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까지도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반도체 장비 시장도 이와 비슷한 시나리오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는 발표와 실제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대량으로 양산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DUV 액침 노광장비는 극도의 정밀성, 신뢰성, 검증이 요구되는 최정상급 산업용 기계다. 중국이 생산을 시작했다고 해서 즉시 ASML 같은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앗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원문 발췌

블룸버그 통신은 27일 상하이에 본사를 둔 국영기업이 액침 DUV 노광장비 생산을 시작했으며 반도체 장비 스타트업 등 다른 중국 기업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끌어모았다고 IT매체 디 인포메이션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이날 ASML 주가가 8.4% 급락했다.

원본 출처: Bloomberg, Th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