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기글이라는 한글 입력 방식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방식은 혁신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주류가 되지 못한 채 개발이 멈춘 상태다.
기본 구조부터 보면 매우 간결하다. 자음 14개와 ㅡ, ㅣ를 더해 총 15개의 키만으로 모든 한글을 입력할 수 있다. 기존의 쿼티 자판이나 천지인 방식 같은 다른 한글 입력법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방식이 나름의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밀기글은 최소한의 버튼으로 최대한의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데 집중한 셈인 것으로 보인다.
입력 방법은 더욱 직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자음 영역에 손가락을 올린 후 상하좌우로 스와이프하는 것만으로 모음이 자동으로 조합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ㄱ]에 손가락을 올린 상태에서 위로 그으면 [고]가 되고, 아래로 그으면 [구], 왼쪽이면 [거], 오른쪽이면 [가]가 된다. 손가락의 방향이 곧 모음의 종류가 되는 시스템인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을 쓸 때의 불편함을 겪은 사람이라면 이 방식의 가능성에 눈뜰 수 있다. 대부분의 랩톱 키보드는 손에 맞지 않고, 외장 키보드를 따로 들고 다니기도 번거롭다. 만약 트랙패드 영역에 이 제스처 입력 방식을 도입한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제기된다. 손가락으로 스와이프하는 것은 이미 트랙패드에서 자연스러운 동작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키보드를 별도로 쓰지 않아도 텍스트 입력이 가능해진다는 장점까지 생긴다.
실제로 이 입력 방식이 얼마나 직관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여행 중에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 여행자에게 이 방식을 소개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일본어는 할 줄 알았지만 한글은 낯선 문자였다. 그런데 발음과 방향을 결합한 설명으로 금방 이해했다고 한다. "g 발음인 [ㄱ]에서 위로 스와이프하면 [고], 아래로 하면 [구], 왼쪽이 [거], 오른쪽이 [가]"라고 알려주니 당장 원리를 깨달았다는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건, 유튜브로 자음만 따로 외운 후 다음 날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와서 학습 속도까지 빨랐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도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증거다.
그런데 이렇게 실용적이고 배우기 쉬운 입력 방식이 널리 사용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 특정 시점부터 멈췄다고 알려져 있다. 특허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이를 이어받을 개발자가 없었는지 정확한 원인은 불명확하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이 크다.
현재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수십 가지 한글 입력 방식이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환경에서는 여전히 기존 자판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다. 트랙패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요즘, 밀기글과 같은 혁신적인 입력 방식이 제2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없을까. 혹은 누군가 이 아이디어를 다시 살려낼 누군가가 나타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원문 발췌
딱 5열 3행 배열로 모든 한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자음 영역에 손가락 올리고 상하좌우로 제스처 해서 모음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