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뭔가 다른 냄새가 났다. 부엌에 들어가 보니 후라이팬이 두 개 나와 있었고, 남편이 무언가를 해 먹고 간 흔적이 선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해서 끼니를 함께하기는 어렵지만, 남편이 밥을 차려먹은 것 자체는 고마운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조미료를 정리하려고 수납장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거의 바닥을 보이는 식용유 용기였다. 액체가 거의 남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제자리에 둬 있었다. 관례대로라면 남편이 마지막으로 사용한 사람인데, 새 것을 사가지고 올 생각은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 상황을 남편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몰랐다"와 "이 정도면 계란후라이 정도는 충분하다"는 두 문장이었다.
그 답변이 이렇게까지 답답했던 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작은 실수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무거운 게 깔려 있다. 맞벌이 가정에서 식재료나 생활용품을 파악하고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 정도면 쓸 만하다"의 판단 기준이 누구 입장에서 비롯되는지를 드러내는 순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내가 계산한다. 남편 몫까지 챙기면서. 아내가 신경 쓴다. 다음 끼니에 필요한 게 뭔지. 식용유처럼 눈에 띄지 않는 소모품이 언제쯤 준비돼야 하는지. 이런 식의 정신적 부담을 '멘탈 로드(mental load)'라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손으로 하는 일이 아니어도,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고 챙겨야 하는 책임 말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이 정도면 된다"는 표현에는, 자신이 다음 사용자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란후라이를 부친 일이 끝나면, 그 뒤 누가 그 팬을 쓸지, 언제쯤 새 식용유가 필요할지는 본인의 관심 밖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남편과 아이들 밥을 챙겨야 하고, 내일은 뭘 요리할지도 계속 생각해야 한다. 공용 자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자동으로 자기 일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부부라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함께 벌지만, 집안일의 몫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더 무겁게 쓰인다. 특히 공용의 소모품처럼 모두가 함께 쓰는 것들은 마지막 사용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건 최소한의 약속일 테다.
남편의 "몰랐다"는 답변도, "이 정도면 된다"는 이후의 말도 결국은 본인이 그 상황의 마지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말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깊게 들으면 그건 "모르기로 남겨두기"일 가능성도 있다. 신경 쓰지 않으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작은 것들이 쌓인다. 설거지 문제, 빨래 문제, 아이 학용품 챙기기, 명절 계획, 냉장고 점검. 개별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이 모든 게 "내가" 관리해야 한다는 감각이 계속 누적되면 정신적 피로는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식용유 한 통은 그 피로의 축약판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의 사연을 통해 보이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식용유 한 통'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건 식용유일 수도 있고, 세제일 수도 있고, 화장지 심일 수도 있다. 매번 다르지만 패턴은 같다. 누군가는 계속 마지막 사람이 되고, 누군가는 계속 "다음 사람이 사오겠지" 하는 입장에 머무른다.
결국 이 글쓴이가 던지는 질문, "대체 왜 내가 이 사람과 살아야 하나"는 순간의 분노가 아니라 오래된 의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본인한테 들고가서 얘기했더니 몰랐다, 이정도면 계란후라이 두 개는 한다고 얘기함.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