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누구나 매매를 시작하기 전에 한 번쯤은 이렇게 다짐한다. 어제 시세에서 손실을 입었거나, 아니면 연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면서 마음이 지쳤을 때 말인 것으로 보인다. 아침 출근길에, 차 안에서, 화장실에서, 혹은 새벽 4시 불안감 속에서 다짐한다.
"오늘만은 손을 안 대자. 그냥 차트만 봐야지."
하지만 그 다짐은 생각보다 약하다. 장이 열리고 한 시간도 안 되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관심 있던 종목이 움직인다. 뉴스가 나온다. 어제 못 탄 타이밍이 지금 오는 건 아닐까.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시세표가 눈에 밟힌다.
"아 근데... 혹시..."
그 순간 나온다. 그 마법 같은 단어들.
"간보기니까 괜찮을 걸."
"1주씩만 담아보면 위험 없지 않을까."
"물타기라고 생각하면..."
소량의 진입을 정당화하는 심리 메커니즘은 거의 종교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1주는 시험 진입이고, 리스크 관리이고, 현명한 자기통제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몇십 분간의 저항 끝에, 마침내 주문창이 열린다. 손가락이 확인 버튼 위에서 떨린다.
매수.
그 순간 쾌감이 온다. 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움직임을 기다릴 수 있다. 기대감이 미약하게 피어난다.
그리고 곧바로 불안감도 밀려온다.
'혹시... 개미털기는 아닐까?'
진입했는데도 믿음이 없다. 소액이니까 손실은 크지 않겠지 싶으면서도, 이 타이밍이 함정 아닐까 싶다. 어서 올라주기를 바라면서도, 떨어질 준비를 한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건, 우리 뇌가 만드는 딜레마 때문인 것 같다. 한쪽에는 '조절'과 '안정성'을 원하는 마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강박과 '혹시 모를 기회'에 대한 공포가 있다. 손실 회피 심리와 FOMO(경험하지 못할까봐 하는 두려움)가 만드는 톱니바퀴처럼, 자꾸만 매수 버튼 쪽으로 굴러간다.
이 와중에 '간보기', '물타기', '소액', '위험도 낮은' 같은 단어들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마치 그것만으로 위험이 사라진다는 듯이, 작은 금액이면 심리적 부담도 줄어든다는 듯이.
하지만 줄어들지 않는다.
실제로는 '1주만' 진입했을 때부터 이미 그 종목의 호가를 1분에 열 번쯤 보고 있다. 뉴스 알림을 키고, 갤러리를 들어가서 '어떤 사람들이 사고 있나' 살핀다. 내 진입 평가 하나에 기분이 흔들린다.
'제가 위너였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의 이 말에서 읽히는 건, 자신의 결정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투자자의 불안감인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한 진입이 옳기를 바라면서도, 그걸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심정. 간보기라고 부르지만, 이미 그것은 진정한 도박.
결국 개미 투자자에게 남은 건 위로와 기원뿐인 것으로 보인다. "저도 위너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누군가 위로해주기를, 이 선택이 옳기를 바라는 심정. 그런 소박하면서도 절절한 바람이, 동시에 얼마나 많은 개미의 마음을 대변하는지 깨닫게 된다.
다음 번에도 똑같은 다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정말 안 할 거야."
그리고 또 손가락이 근질거릴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말자 했는데 그새를 못참고 간보기용 물타기 각 1주 ㄷㄷㄷ 개미털기 아니였으면 ㄷㄷㄷ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