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인 것으로 보인다. 약대 1학년인 글쓴이는 삼수 끝에 입학이 확정된 순간, 기쁨보다 먼저 떠오른 게 친구의 목소리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친구는 이미 3학년으로 다른 대학에 다니고 있다. 오랜 노력이 실을 맺은 그 순간, 왜 뜨거운 축하 대신 "그런 식으로 오래 공부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남들보다 훨씬 늦게 시작하는 거 아닌가", "빨리 취업해서 돈을 버는 게 낫지 않을까" 같은 말이 떠올랐을까. 친구가 직설적으로 반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해가 안 간다"며 돌려 말하는 방식이 더 깊게 남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상황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친구는 공부를 훨씬 잘했고, 글쓴이는 그 친구에게 자주 챙김을 받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고3 때 친구가 공부보다 다른 것에 시간을 쏟았고, 결국 목표했던 대학에 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사이 글쓴이는 학원 대신 인강으로 공부하는 조건 하에 겨우 삼수를 허락받았다. 긴 재도전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인생 궤적이 뒤바뀌는 순간을 경험한 것인데, 그걸 "늦게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는 프레임으로 포장되는 게 불편했던 모양인 것으로 보인다.

"28살에 졸업하면 그때쯤 친구는 사회에 나온 지 3~4년이 될 텐데."

이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숫자만 놓고 보면, 친구가 앞서 있는 건 맞다. 요즘은 주식이나 각종 재테크 방법도 많아져서, 일찍 사회에 나간 쪽이 유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비교 자체가 함정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취업하는 나이"를 기준으로 성공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삼수를 한 입장에서는 그 프레임에 더 갇히기 쉽다. 매 순간마다 "남들보다 늦지 않은가"를 묻게 되고, 친구의 무심한 한 마디가 그 불안을 극대화한다. 그런데 전문직의 타임라인은 사실 다르다. 의사, 약사, 변호사 같은 경로는 단순히 "사회 진출의 빠름"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의 경력 축적을 먼저 본다. 글쓴이가 28살에 졸업하고 약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과, 친구가 20대 중반에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은 애초부터 다른 게임판인 것으로 보인다.

친구는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저 "오래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걸 말한 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에게는 그게 "네 선택을 나는 이해 못 하겠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특히 친한 친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자, 혼자 다른 길을 간다는 불안이 더 커졌던 것 같다. 3년간 주변의 시선 속에서 삼수라는 선택을 버텨낸 끝에, 합격 후에도 비교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것이 이 상황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글쓴이는 지금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명확한 의사 전달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같은 길을 가지 않는 친구라면, 그들의 기준으로 자신을 재단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이 불편함도 선명해질 수 있을 테니까.


📌 원문 발췌

오래 공부하는 거 이해 안 간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거다, 빨리 취업해서 돈 버는 게 낫다 이런 식으로 돌려 말하는데 ... 내가 졸업하고 취업하면 28살이고 그때 걔는 사회생활 3~4년차는 됐을 거라서 좀 긁힘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