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자작극 논란이 선거 이후 예상치 못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A씨 후보가 벌인 거짓 피소 드라마는 동정표를 자극했고, 이후 허위임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컸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 지금, 문제는 사건 자체보다 선거 후폭풍으로 벌어지는 책임 회피 공방으로 옮겨갔다.

사건의 구도부터 정리해보자. A씨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 테러 피해를 당했다며 여론의 동정심을 끌었다고 전해진다. 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표를 받았다. 피해자의 애잔한 표정, 언론의 집중 조명―그 모든 것이 투표 결정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극본이 반전됐다. 이 이야기가 자작극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속은 유권자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여기서 벌어진 정치인들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각자의 입장은 달랐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모두 "이건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공식적으로 자작극과 단일화 문제를 분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대신 상대 정당이 후보 공천 단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사건의 실질―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을 상대 진영 내부로 돌리는 방식이었다.

한편 다른 쪽 진영의 C씨는 정반대 논리를 펼쳤다. 야당 인사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작극 자체가 상대 진영의 정치 공작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정당은 피해자 위치로 올라선다. 책임은 다시 상대로 넘어간다. 또 다른 각도에서 D씨는 경찰 책임론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당국이 충분히 빨리 알리지 않았기에 자신들이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는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공방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한 인물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E씨가 "상대 정당이 이 자작극을 정확히 언제부터 알았는가"라고 묻자, 대상자는 "경찰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지 않았으므로 미리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시점을 놓고 벌이는 논쟁처럼 보인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은 책임의 경계를 그으려는 정치적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누가 정보를 먼저 가졌는가, 누가 신고했는가, 누가 대응 의무를 가졌는가―각 질문마다 자신들의 책임 범위를 좁혀나가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가장 중요한 피해가 잊혀가고 있다. A씨가 받은 표 상당 부분은 거짓 동정심에 기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의 유권자들은 거짓 정보 속에서 선거 결정을 내렸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들은 속았다.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과정인 선거에서 국민을 기만한 셈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치권의 초점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다. 누가 먼저 알았는가, 누구의 책임인가, 내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이런 질문들만 오간다. 정작 필요한 물음들은 밀려난다. 선거 국면에서 이런 거짓이 먹혀들 수 있는 구멍이 있었던 건 왜인가.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을까.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장치가 있을까. 공방이 길어질수록, 이런 질문들은 더욱 희미해진다. 책임 회피 공방이 이어질수록, 시스템 개선의 가능성은 더욱 멀어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