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 2명. 지난 10년을 거의 함께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반이 된 고2, 3부터 더 가까워졌고, 대학을 각자 다른 학교로 가서도 자주 만났다.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영화도 봤다. 셋이 함께하는 시간이 글쓴이에게는 자연스럽고 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은 달랐다. 남친을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였다.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카페에서 만난 후, 친구 중 한 명이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 밤엔 우리 둘이 헌팅포차 가려고 해. 너한테는 못 가자고 하겠다." 잠깐의 침묵. "우리 둘이서 다니면 번호 제의가 엄청 많이 들어와. 그런데 넷이 있으면 진짜 달라거든."
웃음이 나왔다. 글쓴이도 그 친구들이 얼마나 눈에 띄는 외모를 가졌는지 알고 있었다. 실제로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그게 그녀들의 현실이고, 글쓴이는 처음부터 그걸 이해하고 있었다. 특별히 상처 받을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남친이 그 대화를 전부 들었다.
친구들이 가고 나서, 남친이 입을 열었다. "너 정신 차려. 넌 그것도 몰라?" 글쓴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친구들 너를 친구로 생각하는 게 아니야. 넌 자기들보다 못하니까 옆에서 들러리 역할을 하는 거고. 너는 무시당하고 있는데 왜 기분이 안 나빠?"
혼란이 밀려왔다. 정말 그럴까. 눈치가 없는 게 내 문제일까. 맨정신이 아닌 걸까.
하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게 있었다.
지난 10년간 글쓴이가 일이 많은 날에는 친구들이 회사 근처까지 와주었다. 친구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글쓴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디저트를 꼭 사 왔다. 글쓴이가 엄마와 싸워서 집에 가기 싫다고 울면, 친구들이 당장 자기네 집에 오라고 택시를 불러줬다.
생일이 되면 친구들은 직접 장소를 예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제 케이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물도 화려하게 챙겨주었다. 글쓴이는 그럴 센스가 없어서 선물만 주곤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땠을까. 친구들은 연차를 냈다. 장례식장에서 2일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음식을 나르고, 자리를 지키고, 글쓴이 대신 역할을 해주었다. 그런 친밀함이 들러리 관계에서 나올 수 있을까.
평소 친구들은 글쓴이의 재미없는 농담에도 배꼽을 잡고 웃어주었다. "너 없었으면 우리 고등학교 때 왕따인 채로 계속 지냈을 거야. 너한테 정말 고마워." 자주 그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아주고, 뽀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쓴이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둔감한 걸까. 아니면 신뢰가 워낙 깊어서 한 마디 농담이 상처가 아닌 걸까.
그 카페 자리에서 남친은 친구들의 '한 마디'만 들었다. 10년을 함께한 맥락은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표현도 관계의 누적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둘이 있을 땐 번호가 안 따여"라는 말은, 어떤 관계에선 조롱처럼 들리고, 어떤 관계에선 그냥 사실이고, 또 어떤 관계에선 장난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 말만이 아니라, 그간의 모든 행동이 말해주는 것들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표면의 말과 밑에 깔린 10년이 충돌할 때, 글쓴이의 감정은 깊은 곳의 것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시"와 "솔직함"의 경계는 한 장면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경험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관계는 대개 패턴으로 읽혀야 한다. 표면 발언만으로 누군가를 단정하기는, 그 관계가 담아온 세월 앞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 원문 발췌
너 없었으면 우리 셋은 친해질 일 없었을거야. 너한테 고마워. 너 없었으면 고등학교때 왕따인채로 계속 지냈을거 같아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