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오후 교대 근무를 끝내고 집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위 속에서 마지막까지 달렸던 터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배송 박스들이 여러 개 쌓여 있었다. 이 시간에 도착한 박스들은 아내가 이른 아침에 집을 나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짐이 될 것 같았다. 자기 전에 빨리 치워 놓으면 내일 아침이 한결 수월할 테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첫 번째 박스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추르륵 소리와 함께 흥건하게 쏟아지는 음식 재료. 몇 초 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현실이 파악되지 않았다. 유리병에 든 소스가 반질반질한 패킹재로만 감싸인 채, 그냥 박스 안에 던져진 형태로 배송된 것이었다. 이 최악의 더위 속에서, 이렇게 대충 포장된 채로 말인 것으로 보인다.

피로한 몸에 갑자기 화가 몰려왔다. 새벽 시간이라 크게 욕설을 퍼붓지도 못한 채, 혼자 복도를 닦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스를 정리하고, 소스 자국을 지우고, 물티슈로 닦고, 또 닦고. 야간 교대 근무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그 시간, 한 사람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피곤한 상황이었다.

교대 근무자들이 겪는 특수한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가사와 돌발 상황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는 이미 자고 있을 시간이고, 다른 가족도 없을 때다. 그렇기에 회사의 피로에 생각지도 못한 배송 사고가 겹치면, 정신적 스트레스는 배가된다. 한 사람의 에너지로는 감당하기 힘든 피로와 짜증이 동시에 밀려온다.

대충 수습을 마친 후, 야식을 준비하려 하다가 화장실 불이 켜졌다. 자다 깬 아내가 나왔다. 그 순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 황당한 경험을 말할 수 있었다. 혼자만 짊어지고 있던 분노와 피로와 스트레스를 그저 꺼내기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근무 피로에 배송 사고까지.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아내는 복잡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고생했네"라는 짧은 말과 함께, 그냥 옆에서 안아줬다. 거창한 격려도, 해결책도 없었다. 단지 누군가가 옆에 있어준다는 것, 이 경험을 함께 나눈다는 그것만 있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모든 화가 풀려버렸다. 지금까지 혼자 짊어지고 있던 피로와 짜증이 순식간에 스르르 내려갔다. 이것이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아닐까 싶었다. 거창한 기념일이나 완벽하게 준비된 로맨틱한 선물이 아니라, 새벽 2시에 자다 깬 옷차림으로 나와 준 배우자의 짧은 위로. 그것이 결혼의 가치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라면에 치즈를 듬뿍 얹고, 구운 소고기를 얇게 저민 것과 깻잎을 곁들여 캔맥주와 함께 야식을 즐겼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점점 기분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곤했던 것도, 화났던 것도, 스트레스도 모두 멀어진 듯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일도 다시 열심히 일해야지. 그런 마음이 들었다.


📌 원문 발췌

이게 풀리네...이게 풀려... 와이프 꼭 끌어안으니까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