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 세상은 현실의 법칙을 무시한다. 하지만 미션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게 나 같은 자에게는 재앙이 되기도 한다.
엄마가 미역국 재료를 사 오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범한 심부름이었다. 일상적인 요청. 마트에 다녀오면 되는 일이었는데, 마트에 들어갔을 때 미역 코너는 텅 비어 있었다. 판이 싹 휑한 것으로 전해진다. 꿈 속 내 머릿속에는 그 순간 이상한 논리가 흐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트에 없으면 어디서 구하지? 원래 자라는 곳에서 직접 캐면 되지 않나?' 이 생각은 순식간에 현실이 되어버렸다. 나는 마트를 나와 바다로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쯤이면 정상적인 꿈이 끝날 법한데, 내 꿈은 그렇지 않았다.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대서양이었다. 왜 대서양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위도도 맞지 않고, 미역이 자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잠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번째 내려갔던 깊이에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평평한 모래바닥만 있었고, 낯선 생물들만 어지러웠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더 깊이 내려가면 있겠지.' 이 생각 하나만으로 나는 심해로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꿈 속 논리는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집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표는 하나. 엄마한테 미역을 건네는 것. 그것만을 위해 나는 어둠 속으로 계속 내려갔다. 진짜 바다라면 이 정도 깊이에서 망가져 버렸을 텐데, 꿈 속에서는 그런 현실의 제약이 없었다. 나는 단지 내려갔다. 그리고 또 내려갔다.
그리고 심해의 어둠 속에서 인어공주를 만났다.
상황이 한 단계 뒤틀렸다. 나는 그녀에게 미역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명백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물속이었다. 입을 벌리면 물만 들어오고,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뽀글뽀글거리며 답답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예? 예??" 하며 뭔가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데, 뭔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이 말 안 통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내 눈은 그녀의 몸의 위쪽 부분에 고정됐다.
그 부분이 미역처럼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꿈에서 현실의 제약이 풀리면, 판단력도 따라 무너진다. 나는 그것을 미역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의심 없이. 주저 없이. 무언가를 낚아챘다. 뒤에서 울려 오는 비명 같은 소리들을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꿈 속 나는 범죄자였고, 동시에 엄마의 심부름을 완수하려는 의지의 소유자였다. 모든 저항을 뒤로하고 나는 존나 빨리 집까지 튀어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엄마 앞에 섰다. 손에는 내가 심해까지 내려가서 얻은 전리품이 들려 있었다.
"미역 사왔어."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내가 집까지 들고 온 것은 미역이 아니라 검정비닐이었다. 모든 고생이, 모든 집착이, 모든 범죄가 무산된 셈이었다. 꿈만이 줄 수 있는 그 독특한 허탈감. 나는 그걸 깨달으면서 깼다.
📌 원문 발췌
마트에 미역이 없어서 바다에 미역캐러 잠수했는데 잘 보니까 얘 찌찌가리개가 미역이더라. 알고보니 그게 미역이 아니라 검정비닐이였음.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