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트랙(또는 스템)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낯설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듣는 음악은 모든 악기와 보컬이 섞인 '스테레오 믹스'인데, 멀티트랙은 그 반대다. 녹음 과정에서 각 악기와 보컬이 별도의 트랙에 녹음된 후 스튜디오에서 믹싱될 때까지의 상태, 즉 생(生) 악기 소리들이 분리된 파일 형태다. 일반 청자가 이런 파일을 접하기는 거의 불가능한데, 스튜디오의 내부 자산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유명 뮤지션의 명곡들 멀티트랙이 공개되면서 일반 청자가 처음으로 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의 한 글쓴이가 'Billie Jean'과 'Bad' 같은 곡의 멀티트랙을 들으며 공유한 경험이 흥미롭다. 스트링 섹션이 '진짜 악기' 소리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인데,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청자라면 모든 음악이 신디사이저나 샘플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80년대 명곡들은 실제 연주자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더 놀라운 발견은 따로 있다. 멀티트랙을 세밀하게 들으면 80년대 스튜디오 편집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늘날 우리가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소프트웨어에서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음악을 자르고 붙이는 것과 달리, 80년대의 편집은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스튜디오 엔지니어들은 거대한 릴 투 릴 테이프 레코더 앞에 하루종일 앉아 있어야 했고, 편집할 부분을 찾기 위해 수동으로 테이프를 돌렸다가 칼로 정확하게 잘라내고, 스플라이싱 테이프(편집용 테이프)로 이어붙였다. 음악 트랙이 많을수록 이 반복 작업의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멀티트랙을 세밀하게 들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무 분석까지 이어진다고 그 글쓴이는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각 악기가 어느 지점에서 들어오고, 드럼 비트가 어떻게 변화하며, 보컬과 악기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깊이 있게 들어야 한다. 시각적 퍼포먼스인 안무도 결국 이 음악 구조 위에서 설계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멀티트랙이라는 도구가 음악에 대한 이해를 한 층 깊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스튜디오 내부 자산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 아카이브가 공개됨으로써 청자는 음악 제작의 기술적 흔적을 만날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손작업과 노동을 필요로 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편집 시대에 태어난 청자가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 제작 현장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기회가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역시나 스트링이 진짜 스트링이었군요. 그땐 다 이렇게 하루종일 기계 앞에 앉아 일일이 테이프를 잘라붙이며 작업한 거겠죠.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