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오늘까지, 14년을 함께한 한 대의 차. 그동안 그 차는 28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다. 이 숫자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는 뜻인지 가늠해 보려면 국산차의 평균적인 수명 주기를 살펴봐야 한다. 통상적으로 국산차가 폐차되는 시점은 15만~20만 킬로미터 구간에서다. 그 지점을 넘어서면 주요 부품들의 노후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유지비 부담도 급격하게 높아진다. 그래서 대다수 차주들은 그 근처에서 폐차를 결정하고 새로운 차로 교체한다. 이 차가 28만 킬로를 훨씬 넘겼다는 건, 그런 '정상적인' 수명 주기를 상당히 초과했다는 의미다. 단순한 절약의 문제를 넘어서, 그 차에 대한 각별한 정성과 애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자연스럽게 가능하게 한다.
'애마'라는 호칭이 붙는 차들이 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뭔가 더 깊은 애정과 감정이 담겨 있는 차에 그렇게 부른다. 14년 동안 함께 지나온 계절들, 예기치 않았던 고장들을 헤쳐 나갔던 기억들, 통근길에서 반복되었던 수천 개의 작은 일상들. 그런 경험들이 겹겹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보면 차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동료처럼, 혹은 친구처럼 느껴지게 된다. 28만 킬로라는 기록은 그런 감정적 유대와 역사의 무게를 객관적인 숫자로 증명하는 흔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오래 함께했던 그 차를 보내게 되었다. 새로운 차를 들였다. 신차를 맞이하는 순간은 보통 순수한 기쁨으로만 표현된다. 광고와 미디어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그려낸다. 하지만 한 누리꾼이 올린 글에서 '여러 가지로 심란한 상황이지만'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신차 구매라는 결정 순간의 심리 상태를 훨씬 더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포착한 것 같다. 기쁨만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필요성과 미안함, 합리성과 감정, 앞으로의 가능성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가 모두 한데 얽혀 있는 상태. 그것이 '심란함'이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 아닐까.
그래도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 오래된 차가 흠 없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직접 인증한 무사고 기록은 14년의 운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했다는 명확한 증명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니다. 정성 어린 관리와 매 순간의 주의 깊은 운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것을 계속 타면서 동시에 흠 없이 지켜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사고 기록은 그 운전자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다.
신차의 새로운 향기는 분명 좋지만, 그 향기를 마시는 순간에도 뭔가를 떠나보낸다는 생각이 살짝 마음 한 구석에 남는다. 교체라는 행동 속에는 늘 이런 양가적 감정이 깃들어 있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설렘과,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새 차와의 새로운 여정은, 그렇게 서로 다른 감정들을 안고 조용히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여러가지로 심란한 상황이지만... 인증은 무사고라 해서 이곳에만 올립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