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선을 그었다. 자신은 돈을 벌고, 아내는 집안일을 한다는 역할 분담. "돈 버는 게 얼마나 힘한데"라는 한 마디 뒤로는 암묵적 거래가 있었다.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는 뜻이었다.
당사자인 아내는 처음엔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을 따지지 않기로. 비교 구매를 멈추기로. 한우는 제일 비싼 등급을 고르고, 식료품도 눈에 띄는 것을 담았다.
남편이 물을 달라고 하면 즉시 가져다줬다. 아이들 밥을 챙기고, 그가 어지른 것들도 치웠다. 주말이면 당구와 낚시를 다니며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을 바라볼 때도 입을 다물었다. 누구도 그녀가 하는 일의 목록을 세어주지 않았고, 그녀 역시 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났을 때 남편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생활비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당신의 요구를 그대로 따랐을 뿐인데, 왜?
아내는 천천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논리를 돌려줬다고 한다. "내가 전업주부이고 너는 외벌이라는 게 당신의 논리다. 그렇다면 가계 수입은 전적으로 당신이 책임지는 게 맞다. 난 집안일을 전부 하는데, 집안에 필요한 모든 돈까지 내가 챙기면 그건 무엇인가."
그 말은 조용했지만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가 한우 가격을 비교하고, 식료품을 일일이 찾고, 할인을 눈여겨보던 것도 경제활동이었다. 절약도 일인 것으로 보인다. 그걸 멈춘 이상, 그 차이가 바로 내 몫인 것으로 보인다."
이 관점은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아내가 절약을 중단하자 생활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그동안 그녀의 비가시적 노동이 가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었는지를 수치로 증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격표를 무시하는 일이, 비교 구매를 포기하는 일이, 아이들 밥을 챙기고 집을 정갈하게 유지하는 행위들—이 모든 것이 사실 남편이 "돈만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동이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남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어색해한다며, 좀 더 신경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육아도 전업주부의 역할이라고 규정해놓고서, 그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글의 댓글에서는 이 사건을 다양하게 읽었다. "당신의 논리를 그대로 돌려줬을 뿐"이라는 의견, "절약도 돈이다, 정확한 지적"이라는 반응이 모여 있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이렇게 보인다. 역할을 나눈다면 그 역할의 책임도 나뉘어야 한다는 원칙 문제. 가사노동을 폄하하면서 그 노동이 져야 할 경제적 부담까지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생활비 변화가 드러낸 것은 결국 이것일지도 모른다. 절약과 비교구매, 육아 참여가 모두 겹쳐 있던 노동이 실제로는 가정 경제와 직결되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가 얼마나 문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
📌 원문 발췌
난 전업주부니 너 손가락 까닥 안 하게 집안일 다하지 않냐. 돈버는 유세 떨면 그냥 그 돈 다써버리고 더 벌어오라고 하려고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