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소개팅에 나섰다. 둘 다 재혼을 염두에 두고 만난 자리였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상대가 묻는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왜 이혼했는지부터 시작해서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아이를 낳을 생각은 있는지, 정기검진은 잘 받는지까지. 초면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이런 질문들이 기관총 소사처럼 날아왔다. 글쓴이는 그 자리를 뜨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나이가 있는 입장에서 재산과 소득부터 확인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필요한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돌싱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거침없이 개인적이고 민감한 질문을 던지는 건, 글쓴이 입장에선 예상 밖이었다. 일반적인 소개팅이었다면 어느 정도 상대의 기분을 살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 배려 같은 게 없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재혼을 목표로 한 만남에서는 흐름이 달라진다. 양쪽 모두 '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간 낭비를 싫어하고, 핵심만 빠르게 파악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효율성을 앞세운 현실적 판단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본질적인 부분을 확인하려는 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니 '두 번째는 확실하게'라는 심정이 있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 논리가 상대방에게 심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부분이 문제다. 효율성이 배려심을 짓밟을 땐, 그건 현실적이 아니라 무례해 보인다. 글쓴이도 처음엔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다짐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계심 없이 상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그런 '현실'을 마주하니, 마음은 다르게 반응한 것 같다.
주선자에게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개팅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그 순간 돌아온 말이 "이게 현실이지, 뭘 생각했냐"고 한 마디였다. 그 한 문장이 더 상처를 줬다. 마치 '이게 정상이고 당신이 이상한 거'라고 들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돌싱 소개팅 시장에서는 이미 그런 속도감과 거침없음이 관행으로 자리 잡혀 있다는 신호였다. 처음 나선 당사자로서는 그 관행을 미리 알 길이 없었는데, 지금 알게 된 현실은 딱 하나다. 이 시장에 들어오면 그냥 그런 것들을 정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지금 글쓴이의 마음은 복잡하다. 혹시 자신이 너무 비현실적인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차라리 혼자가 편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한다. 나아가 재혼이라는 선택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졌다. 효율과 배려, 현실과 감정 사이의 어디쯤에 제대로 된 만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느낀다. 상대를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현실이 이렇다면, 혼자 사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원문 발췌
만나자마자 음식 나오기도 전에 왜 이혼했냐, 누가 잘 못한거냐, 애 낳을 생각 있냐, 나이가 적은 건 아닌데 검사 잘 받고 다니냐..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