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지상파 방송에서 나온 표현이 있다. 그 시점 일베(일간베스트)는 아직 온라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일베는 2년 뒤인 2010년에 창설된 커뮤니티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 그 표현을 쓰면 어떻게 될까. "그건 일베 표현이야"라는 반응이 달아붙는다. 2008년부터 이미 존재하던 말이 어느새 일베의 전유물처럼 취급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같은 낙인이 얼마나 자주 벌어지는지 충분히 알 것으로 보인다.

그 표현이 대체 언제부터, 어떻게 일베 도메인으로 굳어졌을까.

막갤과 코갤 시대, 평범한 표현

2000년대 중후반, 네티즌들이 몰려 있던 곳은 디시인사이드의 각 갤러리였다. 그중 막갤(마법 갤러리)과 코갤(커뮤니티 갤러리)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 표현은 이 커뮤니티들에서 간간이 나타나는 평범한 언어였다.

특정 커뮤니티의 '색깔'을 담지 않았다는 게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던 말일 뿐이었다. 당시엔 그 표현 앞에 "어느 커뮤니티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았던 것 같다.

꺼무위키, '뇌피셜'이 정보가 되다

변곡점은 한 비공식 정보 매체에서 나타났다. 꺼무위키 같은 곳에서 누군가의 개인적 해석('뇌피셜')이 마치 사실인 양 정리되고, 그렇게 유통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그 표현은 '사어(사라진 말)' 또는 특정 커뮤니티와 결합된 '색깔 있는 말'로 명명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원의 팩트와 무관하게, 정보가 유통되는 경로가 '이미지'를 만들어낸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이 현상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됐는지는 이후 통계로 드러난다.

2018년, 표현의 '홍수'

2018년을 기점으로 그 표현의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꺼무위키의 낙인이 역설적으로 '사용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한 표현이 '금지된 언어' 또는 '특정 집단의 표현'으로 낙인찍히면, 오히려 그것을 의도적으로 쓰거나 그 낙인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생기는 법인 것으로 보인다. 웹문화의 역설인 것으로 보인다.

기원이 아니라 '유통'이 이미지를 결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패턴이 드러난다. 어떤 표현의 '색깔'은 그것을 처음 만들어낸 집단이 아니라, 현재 가장 왕성하게 그것을 유통하는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방송과 2000년대 커뮤니티가 그 표현의 기원이라 해도, 오늘날 그것을 가장 활발히 쓰고 유포하는 주체가 특정 커뮤니티라면, 결국 그 이미지가 고착된다. '이미지 역사'가 '실제 역사'를 덮어씌우는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과정이 꺼무위키 같은 '뇌피셜' 정보 채널에서 시작된다면, 그 낙인은 사실 여부보다는 '얼마나 설득력 있게 포장됐는가'에 달려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해석이 집단의 통념으로 굳어지는 인터넷 문화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 원문 발췌

2008년 12월 13일 방송 : 일베는 존재도 안 했고 막갤과 코갤이 잘나가던 시기 ... 꺼무위키 뇌피셜로 사어가 된...ㅋㅋ 2018년부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