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뭔가를 주겠다. 이런 공약 글이 KBO 익명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온다. 한 팬은 최근 "오늘 팀이 연패를 끊으면 ***에서 팥빙수를 사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수롭지 않은 장난처럼 보이지만, 글 아래엔 순식간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제발 이겨줘" "공약 딱 잡았다" "공약이라도 붙잡고 가자"는 식이었다. 누군가는 "정말 사주냐"고 진지하게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짧은 상호작용이 함축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패가 계속되는 동안 팬은 무기력하다. 경기장에서 응원해도, SNS에서 응원해도, 모임에서 팀을 응원해도 팀의 성적은 나아지지 않는다. 승리가 아닌 무승부나 패배만 반복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팬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이 든다. 그 무력감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공약 글'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이라면 "응원합니다"라고만 쓸 법한 자리에, 팬은 "이기면 내가 뭔가 한다"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일종의 심리학이 숨어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뭔가라도 내 손으로 하려는 행동이라는 의미다. 팬이 팀의 경기 결과를 좌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이겨달라는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가 뭔가를 걸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은 심리다. 공약 글 아래 댓글로 팬들이 응원하는 모습은, 그 글을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 되어 간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공약 글은 응원의 또 다른 형태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KBO 익명 커뮤니티에서 이런 공약은 이제 일종의 '팬덤 의식'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내가 이걸 건다"는 행위 자체가 응원의 무게를 더한다는 생각이 팬들 사이에 퍼져 있다. 실제로 공약이 경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팬 사이에선 "너도 봤지? 나 이렇게 응원했잖아"라는 일종의 신호이자 증거 역할을 한다. 연패 중인 팀의 경기 후에 특히 이런 글이 몰리는 건, 팬들이 느끼는 절실함의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공약이 클수록 팬의 간절함이 크다는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 팬의 공약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팀이 이기면? 팬들은 "공약 기억하고 있어" "언제 사줄 거냐"고 댓글을 달 테고, 글쓴이는 웃으며 따라줄 수도 있고, 슬며시 사라질 수도 있다. 또는 실제로 ***에서 팥빙수를 사 들고 나타나는 팬들의 이야기도 있다. 진정성의 정도는 팬마다 다르지만, 지켜지든 지켜지지 않든 그 공약 글이 남긴 것은 명확하다. 현재 이 팬이 팀을 얼마나 응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연패라는 상황이 팬심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순간들인 것으로 보인다. 공약 글의 존재 자체가 팬덤의 온도계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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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