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남반구의 한여름, 10월에 처음 만난 두 사람에게는 이미 끝이 정해져 있었다. 한 사람은 곧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랑한 것으로 전해진다.

12월이 되면서 혼자 소매 옷가게를 지키던 그녀는 펼 곳 없는 감정을 종이에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카카오톡도 문자도 없던 시대였다. 삐삐와 공중전화가 전부인 환경에서 즉각적인 소통 수단이 없을 때, 감정은 다르게 남겨진다. 손글씨로 천천히 적히는 감정들은 더 선명해지고, 한 번 더 정제된다. 그녀의 편지들은 정확히 그런 시대 산물이었다.

가게에 혼자 앉으면 떠올랐던 것은 그의 목소리였다. 심심함은 곧 그리움으로 변했고, 그리움은 불안으로 이어졌다. 편지에서 그녀는 "모든 게 확실하지 않다"는 고백으로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떠날 날짜가 정해져 있다는 현실을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직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편지를 통해 그녀는 자신의 불안함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그녀는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주변에는 선물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그녀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편지는 그 빈 자리를 말로 채울 유일한 방법이었다. 공중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그녀의 눈은 흐려졌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해두려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걱정만 흘러나왔다는 것으로 보인다.

1월이 되자 그는 여행을 떠났다. 가족과 함께하는 로드트립이었고, 열흘이면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자 그녀는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한다. 편지에서 그녀는 "피가 마르는 것 같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 2주 떨어져 있는 것도 견딜 수 없었는데, 미국으로 가버리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그녀를 짓눌렀다.

도시의 거리로 그의 자동차가 나타날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철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색의 파란 자동차를 볼 때마다 그것이 그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희망과 절망을 오갔다. 차 안에 있던 아기 사자 인형도 없는 그저 그런 파란 차였을 때 오는 실망감. 그것은 사소한 일상 속에서 무너지는 감정이었다.

2월 초, 둘은 해변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남자의 생일을 명목으로 한 여행이었고, 이것이 마지막 여행이 될 것임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 이후는 예정된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2월 19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떠나기 전날 새벽, 그녀는 다시 펜을 들었다. 남은 시간이 24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참기 어려웠다. 편지에서 그녀는 자신의 모순을 마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부터 이별을 알았으니 덜 슬플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고백으로. 예정된 이별이라 해서 더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편지들은 바로 그 모순된 감정을 가장 정밀하게 담아낸 기록이었다.


📌 원문 발췌

처음부터 이별을 알았으니 덜 슬플 줄 알았어. 근데 지금 내 맘은 그렇지가 않아.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