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남친이 처음 꺼낸 말은 자연스러웠다. 누나가 너무 눈부셨다고. 신부라면 누구나 아름다울 것이고, 가까운 가족이라면 그 아름다움에 더 눈길이 갈 수 있다. 여친은 처음 맞장구를 쳤다.
문제는 그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머리, 드레스, 그 순간의 느낌까지 남친은 계속해서 누나의 결혼식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친은 대화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흐지부지 끝내고 싶었다. 결국 그날 데이트는 일찍 마무리됐다.
물론 그때만 해도 이 정도였다.
몇 달이 지났다. 만삭인 누나와 가족 사진을 촬영하게 됐다. 넷이서 돌아가며 셔터를 누르고, 한 명씩 누나의 배를 만지며 축하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게 흔한 풍경인지는 잘 몰랐다. 주변에 임신한 사람을 본 경험이 없었거든.
그런데 이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남친이 드레스를 입은 누나의 배를 부드럽게 만지며 사진에 담기는 모습이. 부모님이 하는 건 이해가 갔지만, 남동생이 이렇게까지 하는 게 자연스러울까. 혹시 나중에 이 사진을 본 누군가는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말할 기회는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차피 고쳐질 것도 없을 것 같았고, 남친이 자신을 시비꾼으로 여길까봐. 그냥 넘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가 태어났다.
조카 사진이 갤러리에 1000장을 넘었다. 구글 드라이브에는 조카 전용 폴더가 생겼다. 네이버 주문 내역을 보다가 발견한 것은 조카를 위한 책과 장난감 구매 기록이었다. 평소 돈을 아껴 쓰는 남친이었지만, 조카 앞에선 달랐다.
남친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은 조카가 천재라는 것이었다. 겨우 6개월 된 아기인데, 수백 권의 책 중에서도 선호하는 책이 따로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고. 누나를 닮아 똑똑한 두뇌를 물려받았다고. 그런 말들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친은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혹시 자신이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남친이 조카에게 해주는 만큼 해줄까.
조카를 보러 본가를 자주 가게 됐다. 처음엔 영 내켜 하지 않았지만, 차라리 함께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남친이 이미 자주 가고 싶어 하니까.
어느 날, 남친이 사진을 보여줬다. 가족이 함께 외식을 다녀온 사진이었다. 고급 일식당, 호텔 뷔페, 유명한 한우 가게. 그곳들은 모두 여친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식당들이었다. 남친의 설명은 단순한 것으로 전해진다. 누나가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하니까 맛있는 것을 사줬다고.
그 순간, 여친은 깨달았다. 자신은 절대 그 식탁에 들어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혹시 자기가 오바인 걸까.
조카를 사랑하는 게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남친이 가족을 중시하는 것도 좋은 일인 것으로 보인다. 누나를 돌보고, 조카에게 관심을 쏟는 남친의 모습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핵심은 거기가 아니었다.
여친이 느끼는 감정을 다시 정의해보면, 이건 '질투'라기보다는 '소속감의 결핍'이었다. 같은 감정이 아니다. 질투는 상대를 뺏기는 불안감이지만, 소속감 결핍은 자신이 원래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절망감인 것으로 보인다.
그 고급 식당들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었다. 그곳은 경계의 신호였다. '우리'의 범주를 그었을 때, 여친은 그 경계 밖에 있었다. 함께할 수 없는 자리가 있다. 영원히 바깥에서만 보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느껴졌다.
가족 얘기를 할 때 남친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여친은 자신이 그만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말이 남친의 행복을 빼앗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속 계속 마음 한 구석에 걸린다.
📌 원문 발췌
구글 드라이브에 조카 폴더가 따로있더라고요. 간김에 온식구 외식했다며 사진보여주면서(저랑은 안가본 고급 일식당, 호텔뷔페, 유명 한우 가게)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