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출신이면서도 할머니 방언을 거의 못 알아듣는다는 경험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한국어 표준어가 전국적으로 교육받는 환경에서도 '같은 지역 사람'이 '같은 지역 사람'의 말을 못 이해한다는 건, 단순히 개인차 문제를 넘어선다.
글쓴이는 할머니의 말을 뉘앙스와 맥락, 그리고 얼굴 표정으로 대강 추측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좀만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면 제주도 말을 듣는 기분"이라는 표현이 그 답답함을 잘 드러낸다. 같은 한반도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라도, 언어의 층위가 그만큼 달라져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는 70년 가까이 경상도 방언으로 살아온 사람이고, 손주는 표준어와 경상도 억양이 섞인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 두 사람의 언어 체계가 겹치는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더 크다.
더 흥미로운 건 같은 경상도 출신 사람들끼리도 서로 모르는 어휘가 꽤 존재한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공가놓다"라는 표현을 한 누리꾼이 언급했을 때, 같은 지역 출신 독자들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 단순히 한두 사람이 특이한 말을 쓰는 게 아니다. 방언이라는 게 결국 단일한 덩어리가 아니며, 세대별로, 그리고 생애 환경별로 명확하게 층위가 나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표준어 의무 교육이 국가 정책으로 펼쳐지고, TV·라디오·신문·인터넷 같은 미디어가 모두 표준어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젊은 세대 경상도 화자들은 방언의 어휘 부분을 대대적으로 상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그들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경상도다운' 정체성과 지역성은 주로 억양과 어미 같은 음운 특징에만 집중되어 있다. "~ㄴ디", "~게", "~구마" 같은 발음 패턴이나 문법 형태는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할머니 세대만 알고 있는 구체적인 단어들은 이미 표준어로 대체되었거나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년층이 평생에 걸쳐 써온 어휘가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 언어학과의 학술지, 전문 방언 사전, 국가 표준 텍스트 같은 공식적인 문헌에 실리지 않은 구어 전승 어휘들은, 그 세대의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전해질 길이 없다. 당사자들이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써야만 언어는 살아 있는데, 표준화의 흐름 속에서 그 어휘들을 쓰는 사람이 줄어들면 결국 소실된다. 이는 의도적인 망각이 아니라 구조적인 소멸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글쓴이는 커뮤니티 참여자들에게 "알고 있는 경상도 희귀 어휘를 공유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각자가 가족 대화나 지역 공동체에서 무심코 들었던 방언 어휘들을 온라인상에서 모으고 기록하는 것이, 어쩌면 인류학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 기록이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식 기관이나 학파가 아닌,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라져가는 방언을 붙잡으려는 시도다.
📌 원문 발췌
우리 할머니 말 들어보면 진짜 태반 못알아들어. 좀만 정신 집중 못하면 제주도 말 듣는 기분임. 공가놓다 생각보다 많이 모르더라.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