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당일, 두산 팬덤 커뮤니티에서 한 줄의 제목으로 달글이 개설되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무조건 이기자"라는 슬로건이었다.

경기 전 상황은 팬들에게 순탄하지 않아 보였다. 결원이나 전력 공백 같은 객관적 불리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제목 속 표현은 그 불리함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심리를 담아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관용구는 단순히 부족함을 채우는 수준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역설적으로 더욱 강해지는 응원의 각오를 압축한 팬덤의 메시지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패색이 짙을수록 오히려 응원 결의가 단단해진다는 팬 커뮤니티의 심리가 이 제목에 응축되어 있다. 경기 결과가 불확실할 때, 팬들은 결과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응원하는 방식과 분위기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것은 스포츠 팬 문화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결과 앞에서 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응원이고, 그 응원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팬의 주체성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달글 하단에는 여러 규칙이 명시되어 있었다. "팀을 향한 날선 발언 금지", "달글은 화풀이가 아니라 도리들끼리 경기응원하는 글입니다", "화나는 사람은 본인 메모장 사용하기" — 이런 지침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단순한 커뮤니티 관리 지침일 수 있다. 하지만 팬덤의 맥락에서는 훨씬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팬들이 쏟아내게 될 수 있는 비난, 좌절감, 분노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사전 합의인 것으로 보인다. 팬들이 경기의 결과와 응원 공간의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분리하려는 노력을 드러내는 규칙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장 사용하기"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감정을 개인 메모장에 써달라는 것인데, 이는 모든 팬이 같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응원 커뮤니티 자체의 톤은 지켜내려는 균형감각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감정은 존중하되, 공동 응원 공간에서는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팬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팬덤이 이처럼 자정 규칙을 명문화하는 관행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집단적 노력의 산물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력이 밀릴 가능성이 있을 때, 팬들은 경기 결과를 바꿀 수는 없지만 커뮤니티 분위기는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불리한 상황일수록 응원의 방식에 더 신경을 쓰는 현상이 눈에 띈다. 이것은 역설적이지만, 팬 커뮤니티의 결집력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바로 어려운 상황일 때라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 당일의 달글 제목과 규칙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팬 커뮤니티가 어려운 상황을 대면했을 때 어떻게 결집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 표현되는 전력에서는 밀릴 수 있지만, 응원하는 방식과 분위기에서는 주어진 것을 최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팬덤이 커뮤니티 분위기를 경기 결과와 분리해 유지하려는 집단적 노력이, 이 달글의 제목과 규칙 속에서 구체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리한 상황일수록 응원 공간의 품격을 지키려는 팬들의 다짐이 이 작은 달글 안에 담겨 있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무조건 이기자 / 달글은 화풀이가 아니라 도리들끼리 경기응원하는 글입니다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